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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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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만5000여 명의 중소도시인 충북 제천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 공포에 휩싸였다.
에이즈에 감염된 택시운전사 전모 씨(26)의 무분별한 성관계 사실이 알려진 뒤 보건소에는 에이즈 검진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제천 지역 단란주점과 노래방 등 유흥업소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고, 택시운전사들까지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제천시와 시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한방(韓方)청정도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전 씨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 3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나머지 여성들의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제천보건소에는 전 씨 사건이 경찰 발표로 처음 알려진 13일 하루에만 남자 11명과 여자 39명 등 모두 50명이 에이즈 검진을 신청하고 혈청검사를 받았다. 여자 가운데 34명은 유흥업소 종사자, 나머지 5명은 일반 여성이었다.
평소 하루 2, 3명의 유흥업소 종사자가 검진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신청건수가 20배나 늘어난 것이다. 14, 15일에도 모두 7명이 추가로 신청해 사흘 동안 혈청검사를 받은 사람은 57명에 이른다.
16일 검사 결과가 나오는 5명을 제외하고, 52명은 1차 항체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최종 결과는 10여 일 후에 나오지만 음성이 양성으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건소 측은 설명했다.
제천보건소 관계자는 “전 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확인된 3명 가운데 1명도 에이즈 항체검사결과 음성판정을 받아 추가 확산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만약에 있을 에이즈 추가 감염 피해를 막기 위해 전 씨와 성관계를 맺은 나머지 여성들의 신원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전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성 70여 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성관계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동통신사 의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탐문 및 방문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 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성관계 상대 여성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범죄심리상담요원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9월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개최에 전력을 쏟고 있는 제천시는 이번 사건으로 ‘청풍명월 한방 고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술집 등에는 이번 사건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제천 도심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40)는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이번 파문으로 이전보다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제천 중앙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주말에 손님들이 ‘재수 없다’며 도우미 부르는 걸 꺼리더라”고 털어놨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