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前청장 “경찰이 지갑 빼앗겼다니 착잡”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귀국 비행기에서 경찰관이 두들겨 맞고 지갑과 무전기를 빼앗겼다는 기사를 접하고 몹시 착잡했다.”

경찰총수에 내정됐다가 ‘용산 철거민 참사’로 20여 일 만에 사퇴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사진)은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주말 용산 사건 추모집회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관 폭행 사건부터 입에 올렸다.

그는 지난달 12일 퇴임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지인 집에서 머물다 8일 밤 귀국했다.

퇴임 후 면도를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는 그는 수염이 덥수룩했고 체중이 2kg가량 줄어서인지 다소 초췌해보였다.

그는 귀국 다음 날 용산 현장을 진압하다 숨진 김남훈 경사의 49재에 참석했다. 이어 부산 동의대 사건 재심을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다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입원 치료 중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을 문병했다.

김 전 청장은 “용산 참사는 무고한 생명 6명이 숨진, 말 그대로 참사이지만 그중 김 경사의 죽음은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희생이다”면서 “동의대 사건도 마찬가지가 아니냐. 국회 의사당 내에서의 의원에 대한 폭력도 매우 큰 사건이어서 전 의원을 문병했다”고 말했다.

퇴임식 직후 경찰직 30년을 회고하면서 지인들에게 보낸 A4용지 3쪽 분량의 편지에서 “화염병 등의 폭력시위로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당부했던 그는 “용산 사건이 일본의 야스다 강당 사건처럼 화염병 시위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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