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 도와줘라”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정대근 前농협회장, 임원 통해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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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자회사 ‘휴켐스’의 헐값 매각 비리와 관련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이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를 도왔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 전 회장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농협 직원 신모 씨는 “오세환 농협 상무가 ‘태광실업이 휴켐스를 인수할 수 있게 해주라고 정 회장이 지시했다’는 말을 했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정 전 회장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에 신 씨는 “인수할 수 있게 해주라는 말은 없었지만 그런 취지로 받아들였다”며 정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인정했다.

태광실업 측의 인수 실무자였던 안모 씨도 “오 상무와 신 씨가 ‘미리 인수 경쟁사의 입찰서를 개봉해 응찰가격을 알려줄 테니 그보다 조금 더 높게 쓰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안 씨는 “경찰관 입회 하에 입찰 서류를 개봉해야 하는 것을 나중에 알게 돼 실제 응찰가를 알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의 변호인 측은 “만약 태광실업이 입찰가를 미리 알 수 있었다면 2위 업체보다 200억 원가량 비싼 가격에 입찰했을 리가 없다”며 “농협 측이 제공한 정보들은 농협을 통하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박 회장은 구속 수감 중에 휴켐스 주식을 담보로 250억 원을 대출받아 탈루한 세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에 따르면 박 회장은 1월 14일 삼성증권에서 휴켐스 주식 104만1670주를 담보로 6개월간 100억 원을, 1월 21일에는 한국증권금융에서 휴켐스 주식 160만 주를 담보로 1년간 150억 원을 대출받았다.

박 회장은 이 돈으로 1월 말경 탈루한 세금을 냈다고 한다. 박 회장 측은 “검찰에 소환되기 전에 세금을 모두 납부하려 했으나, 대부분의 재산이 부동산이어서 처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구속됐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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