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리와 사고]논리적 구성-표현력의 지름길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논리적 구성-표현력의 지름길, 밀도 있는 한 문단 쓰기!

논술 고수가 되려면 자신의 글을 분석해 본 뒤 비판적으로 평가해 봐야 합니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글을 평가한 뒤 반복해서 내용을 수정하다보면 흠 잡을 데 없는 좋은 글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글을 구성하는 능력과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선 자신의 생각을 실제 글로 풀어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논리적 구성과 표현이 몇 가지 기술을 익힌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글의 구성이나 표현방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은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글을 자주 써 보면서 스스로 체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수영을 배우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유사합니다. 수영을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수영에 대한 이론 책을 사서 책상머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책을 읽지 않아도 물에 들어가 실제로 첨벙거리다 보면 수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론보다 실습이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인 것입니다.

글쓰기도 기본적인 지침을 알고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지침을 활용해 직접 글을 쓰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또 지침은 보통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의 글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개성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꼼꼼하게 개요를 짜야 글을 잘 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간단하게 개요를 메모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학생도 있습니다. 직접 많이 써보며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야 합니다.

논리적 구성과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한 문단쓰기’ 연습입니다. 논술처럼 논리적인 글은 한 문단을 밀도 있고 긴밀하게 작성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쓰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이 충분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일정 기간 동안 한 문단 쓰기를 집중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입시 논술 답안지나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글을 살펴보면 ‘오묘한’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답안을 읽어보면 전체 구성은 대체로 논리적입니다. 내용의 진행에도 큰 비약이 없고 문단과 문단의 연결도 비교적 논리적으로 잘 짜여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문단을 쓸 때는 계획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막 써내려간 글이 많습니다. 어떤 문단은 마치 수필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필 같은 각 문단이 합쳐져 전체적으로는 논술의 형태를 띠는 ‘오묘한’ 답안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논술을 쓰기 위해선 한 문단을 밀도 있게 구성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학생이라면 하나의 결론(중심 문장), 한두 개의 근거(뒷받침 문장), 필요한 만큼의 부연설명으로 이루어진 한 문단을 밀도 있게 구성하는 훈련에 우선 집중해야 합니다.

한 문단을 밀도 있게 구성하기 위해선 스스로 질문을 던져 대답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6개의 문장으로 한 문단을 구성했다고 합시다. 먼저 “왜 하필이면 6개의 문장을 이 순서로 배열했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첫 문장은 이 문단의 결론을 제시한 문장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그 결론에 대한 첫 번째 근거를 제시한 문장입니다. 세 번째 문장은 그 근거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한 예시 문장입니다. 네 번째 문장은 결론에 대한 두 번째 근거를 제시한 문장입니다. 다섯 번째 문장은 그 근거에 대해 부연해서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문장은 전체를 정리하면서 연결하기 위한 문장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용에 따라 설명은 달라지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장의 배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설명할 수 없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단 전체는 밀도 있게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글쓰기 실력이 올라가면 이런 연습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단, 한 문단 쓰기 연습에 집중하는 기간에는 이런 분석적인 구성연습이 필요합니다.

한 문단으로 이루어진 글은 분량의 한계 때문에 내용면에서 완성도를 갖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체 글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논제를 가지고 한 문단 쓰기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간단한 찬반 논의형 논제를 다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벌을 도입해야 하는가?’ 같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결론)을 핵심적 근거 한두 개를 들어 한 문단을 구성해 보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설명형 논제도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문화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논제에 대해선 중요한 한 가지 이유만 들어 한 문단을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해결책 제시형 논제도 필요합니다.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는 한 가지 해결책만을 선택한 다음 한 문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다양한 논제에 대해 한 문단 쓰기 연습을 하면 실제 긴 글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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