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20代 ‘잔혹家長’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아내-큰아들 살해뒤 집에 불질러 둘째아들도 숨지게

범행 7시간뒤 나타나 “우리가족 왜 죽었나” 거짓눈물

광주 광산경찰서는 23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과 두 아들을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최모 씨(29)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이날 오전 2시 반경 광주 광산구 비아동 모 아파트 1층 자신의 집에서 부부싸움 도중 부인 허모 씨(30)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큰아들(5)이 깨어나자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최 씨는 사건현장을 은폐할 목적으로 라이터로 이불에 불을 붙여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둘째 아들(2)까지 불에 타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결혼 직후부터 시댁 험담을 자주 해 평소 부부싸움이 잦았으며 이날도 말다툼 끝에 화가 나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이 운영 중인 편의점(마트)에 가 피 묻은 트레이닝복을 갈아입은 뒤 인근 아파트 헌옷 수거함에 버리고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범행 시간대의 현금영수증까지 발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는 범행 후 7시간이 지난 뒤 현장에 나타나 현장감식 경찰관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왜 우리 가족들이 죽었느냐”며 거짓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최 씨는 사건현장에서 다친 왼쪽 팔목 부위를 치료받기 위해 친형의 이름으로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사건현장에 나타난 최 씨의 머리카락이 불 탄 흔적이 있고 손목에도 상처가 있어 용의자로 지목해 추궁한 끝에 이날 오후 늦게 범행 사실을 자백 받았다.

경찰은 숨진 부인이 최근 남편의 외도로 고민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 씨 주변 인물과의 공모 및 보험금을 노린 계획범죄 가능성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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