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때 강호순 탈출한 방범창만 허술”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 네번째 부인 남동생의 말

“대피 한참후에 안에 사람있다고 말해”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의 네 번째 부인과 장모가 2005년 10월 30일 화재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강 씨의 전 처남 장모(29) 씨는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을 뿐”이라며 강 씨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장 씨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집에 불이 났을 때 동네 사람이 아들과 함께 탈출한 강 씨에게 ‘옆에 사람 있어요?’라고 물었는데도 강 씨는 기침만 하고 아무 얘기도 안 했다”며 강 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강 씨 장모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강 씨의 전 부인과 장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옆방에 있던 강 씨와 아들(당시 12세)은 방범창을 뜯고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소방당국은 이 화재가 거실에 피워 놓은 모기향이 밥상에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장 씨는 “구급차가 온 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강 씨는 ‘안에 사람이 있다’며 현관으로 와서 울고 그랬다”며 “정황상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 씨가 잠을 잤던 작은방의 방범창만 유독 허술한 상태였던 것도 의심했다.

그는 “안방 방범창은 (튼튼한 상태로) 잘돼 있고, 강 씨가 자던 작은방의 방범창은 볼트가 두 개 정도 빠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강 씨가 화재가 일어나기 전 탈출을 위해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장 씨는 사고 후 강 씨의 진술이 평소 가족들의 생활 습관과 달랐던 점도 의심했다.

장 씨는 “어머니(강 씨의 장모)는 항상 방문을 열고 자는데 강 씨가 진술하기를 ‘안방 방문을 열었을 때 연기가 자욱해서 문 닫고 상황이 급해서 일단 탈출했다’고 말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누나가 창틀까지 기어가 엎드려 숨졌는데 그런 정신이었으면 비명이라도 질렀을 텐데 강 씨가 그때 가만히 있었던 것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안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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