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스타 탄생 그날을 향해!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엘보 스핀(한쪽 팔꿈치로 온몸을 지탱하고 빙글빙글 도는 춤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연습했죠. 처음엔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셨는데 춤을 추는 제 모습을 보시고는 허락해 주시더군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세계 최고의 비보이가 꿈인 경기 수원시 명인중 3학년 김경민(16) 군. 김 군이 이렇게 열정과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난생 처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김 군은 “이름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는 싫었는데 이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며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최고의 비보이가 되고 싶기도 하고, 비보이를 육성하는 전문 안무가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은 올해 학업 위주로 진행되는 일반고가 아니라 방과후 학습을 통해 발레, 현대무용은 물론 비보이댄스, 댄스스포츠, 라인댄스까지 배울 수 있는 한림연예예술고에 입학한다.

한림연예예술고는 올 3월 개교를 앞둔 국내 최초의 연예예술 특성화고. 이 학교는 연예과, 뮤지컬과, 실용무용과 등 3개 학과를 운영한다.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난 후 연극개론, 모델수업, 대본분석, 기초성악과 같은 심화교육도 받게 된다.

요즘 10대들에게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보아, 문근영과 같은 아이돌 스타는 인기 연예인이 아닌 닮고 싶은 ’위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끼와 재능을 갈고닦아 성공한 인물들이기 때문.

특히 최근엔 인터넷에 올린 사진 한 장 또는 동영상이 계기가 돼 연예계에 데뷔하거나 대형 연예기획사가 주최하는 오디션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하는 경우처럼 연예계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연예인 되기’에 도전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 공부는 ‘꽝’이라도 ‘끼’ 있는 자녀라면 적극 지원

연예인이라면 무조건 반대만 하거나 아이를 연예인으로 키우기 위해 무작정 기획사를 찾아다니던 부모들도 많이 달라졌다. 일찍 숨겨진 재능을 개발해 전문 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연예 조기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적지 않다.

자녀가 처음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과거의 연예지망생 부모와 달라진 점이다. 외모나 ‘끼’만으로는 성공하더라도 ‘반짝 스타’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기학원에서는 발성부터 몸의 움직임, 표정연기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지만 수강료가 다소 비싼 편. 적게는 월 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이 넘는 학원도 있다. 하지만 자녀의 꿈을 위해서는 수백만 원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부모도 적지 않다. 자녀의 춤추는 모습이나 다양한 표정연기를 손수제작물(UCC)로 만들어 연예기획사로 보낼 만큼 적극적인 부모도 있다.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구수미(37·경남 양산시) 씨. 구 씨는 영화 ‘과속스캔들’에 출연한 뒤 일약 ‘국민 아들’로 떠오른 아역배우 왕석현(6) 군과 SBS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두 편의 광고를 찍은 누나 세빈(11) 양의 어머니다.

구 씨 역시 왕 군의 오디션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이삿짐을 꾸려 서울로 올라왔을 만큼 자녀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나면 피아노부터 배우게 할 계획이에요. 잠시 중단했던 영어유치원도 계속 다니게 해야죠. 언어는 기본이니까.”

구 씨는 자녀들의 영화, 광고촬영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진리를 절실히 깨달았다. 구 씨는 “연예인도 체계적인 교육과 준비가 바탕이 돼야만 성공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이라면서 “아이들이 반짝 스타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는 물론 다방면에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봉림중 3학년 주지홍(16) 군도 다섯 살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녔다. 주 군의 부모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주 군을 연기학원에 보냈다. 무대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또래 아이들과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면 표현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주 군이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은 물론 집에서 부모와 TV 드라마를 보면서도 주인공을 똑같이 흉내 낼 정도로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 주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꾸준히 연기학원을 다니며 수업을 받았고, 5학년 때부턴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현장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영화 ‘신기전’, KBS 드라마 ‘황금사과’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주 군은 “한 장면을 찍기 위해 10시간 넘게 대기한 적도 많다”며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단역이라 힘들 때가 더 많지만 연기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예인을 목표로 진로설계도 척척

연예인이란 꿈을 향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학생도 많다. 서울 동덕여자중 3학년 신서경(16) 양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꿈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신 양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대학로를 찾아가 연극과 뮤지컬을 보고, 집에서는 뮤지컬공연 실황을 담은 DVD를 반복해서 보며 마치 주인공이 된 듯 연기하고 노래한다. 신 양 역시 한림연예예술고에 지원했다. 무엇보다 학기마다 학생이 직접 뮤지컬을 제작해 공연하는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

신 양은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실력을 쌓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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