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17>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입력 2009년 1월 15일 07시 03분


KAIST의 정종경 교수팀은 2006년 돌연변이 초파리의 근육과 뇌신경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비정상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증명해 파킨슨병의 원인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고 그해 국내 과학기술계 10대 뉴스에 선정됐다.

이런 화려한 연구 성과의 뒤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기초연)이 있다. 기초연의 전자현미경과 분석팀의 도움으로 미세조직을 관찰한 끝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달의 참깨도 찾아내는 전자현미경=기초연의 장비 가운데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를 돕는 데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은 2003년 도입된 초전압 투과 전자현미경. 장비가격 140억 원, 높이 14.5m, 전체 중량 340t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1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보다 훨씬 작은 물질까지 관찰할 수 있다. 달에 떨어진 참깨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높은 투과력과 경사 작업 능력을 갖춰 물질의 3차원 구조 관찰 및 복원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전 세계에 설치된 20여 대의 전자현미경 가운데 가장 최근에 설치됐기 때문에 최고의 성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권희석 전자현미경연구부장은 “세계적인 과학기술 동향인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에 대한 융합 연구의 기반은 물질의 구조 및 성질을 관찰하고 분석해 낼 수 있는 기술이 관건”이라며 “전자현미경연구부는 모든 과학 분야의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전자현미경을 통해 2006년부터 네이처급 연구논문 4편을 포함해 모두 100여 편의 논문이 나왔다. 연구소와 대학, 정부기관 등에 매년 90여 건씩의 과제를 지원하고 있고, 활용률도 2007년 118.9%, 2008년 109.75%에 달한다. 일과시간 이후에도 장비가 계속 가동됐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핵심 응용 분야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과 신물질 개발, 뇌과학 연구, 단백질 구조 연구 등이다.

▽공동 연구로 과학성과 높인다=2006년의 국내 10대 과학뉴스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고려대 이철의 교수팀의 ‘양성자 빔을 쬔 흑연이 영구자석으로 변하게 되는 원리 규명’이었다. 이 연구는 기초연과의 공동 연구로 이뤄졌다.

1988년 설립된 기초연은 이처럼 장비의 공동 운영이나 공동 연구로 대학과 연구소를 지원해 기초과학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기초연의 역할은 크게 △첨단연구장비 공동활용 △국가적 대형 공동연구시설 설치 운영 △세계적 대형 공동연구시설 개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초연은 부설연구원으로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수리과학연구소를 두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안의 본원을 비롯해 충북 오창캠퍼스와 9개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가과학기술전략 및 지역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1178억 원 규모의 첨단장비 340종을 갖추고 있다.

박준택 원장은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연구 지원 및 공동연구개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최첨단 연구장비 개발 및 미래융합연구를 통한 성과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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