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꼼짝마라, 예산 낭비”

  • 입력 2009년 1월 15일 06시 30분


“울산시청 공무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부서는?”

대다수가 감사나 인사 부서를 꼽겠지만 울산시청 공무원 중 상당수는 계약심사과를 꼽는다. 이 과 직원들을 ‘암행어사’라고 부를 정도다.

계약심사과는 각 실·과에서 산출한 각종 공사와 용역, 물품 구입 명세에 대한 실제 가격 조사와 현장 확인 등을 통해 과다 책정한 예산을 삭감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 이 과에서 삭감한 사업비는 121억4900만 원. 울산시가 2006년 계약심사제를 도입한 이후 절감한 예산은 총 291억 원에 이른다.

▽“한 푼이라도 깎는다”=울산시 실무 부서에서 2009년도 탁상용 달력 제작비로 802만6000원을 책정했다. 계약심사과는 원가 조사를 통해 용지대와 필름 출력비, 인쇄비를 과다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고 186만3000원을 삭감했다. 당초 사업비에서 23.2% 줄어든 것.

수첩 제작비도 당초 1551만6000원에서 419만4000원(27.0%) 삭감했다. 대기오염측정망운영모니터 설치비는 당초 2299만 원에서 578만 원으로 74.9%나 줄였다.

울산시청 건물 공사에서도 거품이 많았다. 18일 신청사 이사가 끝난 뒤 추진할 본관 리모델링 공사 발주에서 건축 부문은 41억8910만 원에서 5137만 원(1.2%) 삭감됐다. 또 통신 부문은 13억2160만 원에서 2억6052만 원(19.7%), 전기 부문은 18억8557만 원에서 2억8862만 원(15.3%)이 각각 삭감됐다.

계약심사과는 지난해 모두 320건(사업비 1553억 원)을 심사해 공사 분야 84억4900만 원, 용역 분야 28억8000만 원, 설계변경 분야 3억3000만 원, 물품구매 및 제조 분야 4억9000만 원 등 총사업비의 7.8%인 121억4900만 원을 절감했다.

계약심사과의 심사대상은 공사는 3억 원 이상, 용역조사는 3000만 원 이상, 설계변경은 10억 원 이상, 물품 구매나 제조는 1000만 원 이상이다.

▽“예산 절약 모범사례”=울산시에 계약심사제가 도입된 것은 2006년 1월. 당초 감사관실 산하에 사무관이 책임자인 계약심사담당으로 설치됐다.

이후 예산절감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자 지난해 6월 행정지원국 산하에 계약심사과를 설치했다. 과장(서기관)을 포함한 직원 13명 가운데 8명이 전문지식을 갖춘 기술직이다.

울산시의 계약심사제는 2007년도 지방행정혁신 경진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꼽혔다. 지난해 7월 정부는 광역자치단체에 계약심사과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이기원 행정지원국장은 “실무 부서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을 계약심사과가 정밀 점검해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며 “절감한 예산은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약자 지원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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