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진작가 전임교수로 파격 채용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7시 20분


경일대, 학사출신 조선희씨 조교수 임용

“전문성 인정”… 일부선 “부적절” 반대도

‘실무냐 학위냐.’

경일대가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사진작가를 사진영상학과 전임 교수로 채용하자 해당 학과 일부 교수가 반대 의견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일대는 최근 프로사진작가 조선희(37·여·사진) 씨를 사진영상학과 조교수로 임용한다고 발표했다.

대학 측은 22일 “조 씨의 풍부하고 뛰어난 실무 경험은 전임 교수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학사 출신으로 종합대학의 전임 교수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학본부는 조 씨를 일반 공채가 아닌 특별채용 방식으로 임용했다. 특별채용은 학위나 학문적 성과보다는 실무 경험을 중시한다.

이에 대해 사진영상학과 교수들(5명) 사이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교수는 “현장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사진영상을 지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한 교수는 “조 씨 정도의 실무 경험자는 꽤 있다”며 “대학본부가 학과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임용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본부 측은 공급자(교수) 중심의 학과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진영상학과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성과의 이면에는 특정 대학 출신 교수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폐단도 나타나고 있다”며 “교수 채용 방식부터 다양화하고 교육과정도 수요자인 학생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야 미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남교 총장은 “학생들이 졸업 후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가 교수 채용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는 시대”라며 “기존의 시스템과 다르다고 해서 배타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대학본부 측은 영상 분야의 교수 2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1988년 창설된 사진영상학과는 20년 만에 전국의 대표적인 학과로 성장했다. 재학생 300여 명 가운데 수도권 고교 출신이 65%에 이른다.

졸업생 가운데 20명이 교수가 됐으며 신문사와 방송사, 잡지사 등에 사진기자나 작가로 활동하는 동문이 400여 명이나 돼 ‘경일대 군단’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학생들은 교내 곳곳에 조 씨의 부임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영상학과 학생회장인 현다흰(26·3학년) 씨는 “조 작가의 사진 세계는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며 “학생들 사이에는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 출신인 조 씨는 연세대 의생활학과 재학 중 사진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 국내외 유명 기업의 광고사진과 패션잡지의 화보 촬영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강단에 서는 조 씨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열정을 모두 쏟아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배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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