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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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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목적으로 필리핀에 간 30대 직장인이 현지에서 납치당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회사원 정모(32) 씨 등 2명이 최근 필리핀 교민 인터넷 카페에서 원정 성매매 제안을 받고 필리핀으로 떠났다가 현지에서 납치돼 10여 일 만에 풀려났다. 정 씨 등은 납치 조직에 폭행당하고 몸값으로 5000여만 원을 빼앗겼다.
필리핀에서 원정 성매매를 미끼로 납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정 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현지 교민으로부터 “싼값에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지난달 28일 필리핀으로 향했다.
가족에게는 “출장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정 씨는 곧바로 납치됐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교민은 한국인 납치 조직이었다.
납치범들이 몸값을 요구하며 폭행하자 정 씨는 가족에게 연락해 “필리핀에서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청했다. 정 씨 말만 믿었던 가족은 수천만 원의 돈을 보냈다.
정 씨와 함께 성매매 미끼에 걸려 납치된 조모(38) 씨는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이달 3일 탈출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어학연수를 받기 위해 한 달 전쯤 필리핀에 입국했던 조 씨는 “한국인을 더 많이 납치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납치범들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탈출한 조 씨가 주한 필리핀대사관에 신고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수사망이 좁혀지자 납치범들이 5일 정 씨를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풀려난 정 씨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들이 필리핀을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인 납치 조직일 것으로 보고 필리핀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