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가서 독서자랑 마세요”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인구 27만 도시에 도서관 39곳 ‘쑥쑥’

市, 평생학습도시 육성 청사진

2년연속 살기좋은 10대市 뽑혀

“지자체 첫 문맹률 0%에 도전”



5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 ‘동신별빛 작은 도서관’.

동신아파트 관리동 2층 회의실을 리모델링한 100여 m² 규모의 이 도서관은 오후부터 북적였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도서관으로 몰려들었다. 몇몇 아이들은 도서관 한쪽에서 꽃무늬 색지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도서관은 2004년 12월 개관 당시 책이 600여 권에 불과한 조그마한 도서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서가 8000권이 넘고 매달 3, 4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자원봉사자 최은영(41·여) 씨는 “시에서 도서관을 만들어줬지만 운영은 주민들이 한다”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는 공간이자 주민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전국 1호 ‘기적의 도서관’

순천시에는 이 같은 ‘작은 도서관’이 35곳이나 있다. 15일 별량면 주민자치센터 2층에 ‘첨산 작은 도서관’이 개관하면 36곳으로 늘어난다. 작은 도서관 외에도 전국 1호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해 공공도서관이 3곳 더 있다. 순천시 인구가 27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도서관이 7000명당 1곳 있는 셈이다.

작은 도서관은 2004년부터 아파트단지 자투리 공간이나 마을회관, 주민자치센터 등에 들어섰다. 시는 주민의 도서관 욕구와 운영의지, 운영 인력 확보 여부를 꼼꼼히 살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작은 도서관 3곳을 만드는 데 1억7000만 원이 들었다.

순천이 ‘도서관 천국’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지역 여건에 맞게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운영하고 주민들이 독서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순천시 도서관운영지원계 허재원(44) 씨는 “2010년까지 도서관을 54곳으로 확대하고 시민 1인당 2권의 장서를 확보해 선진국 수준의 도서관 도시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 96세 할머니도 만학의 길

순천시는 2003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후 한글을 모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글작문교실(일명 노인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나 마을회관, 경로당에서 매주 두 차례 야간 공부방을 열고 있는데 평균 출석률이 90%나 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시는 3년 이상 공부방을 다닌 노인에게 수료증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136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매년 한 차례 수강생을 대상으로 글솜씨 자랑대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96세 할머니가 ‘만학대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해 수료증을 받은 박종금(78·송광면) 할머니는 “열심히 공부해서 한글을 깨치니 세상이 달라졌다”며 “농협에 가서 돈도 찾고 손자에게 띄엄띄엄 편지도 쓸 수 있게 됐다”면서 기뻐했다.

순천시는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문맹률 0%에 도전하고 있다. 김태옥(46) 순천시 평생학습운영담당은 “전체 인구의 0.6%인 문맹 노인을 위한 공부방을 내실 있게 운영해 2012년까지 목표를 꼭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힘

순천시민들은 9월부터 지역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8일 현재 모금액은 6억5000만 원. 3개월여 만에 6700여 명이 자동이체로 모금에 참여해 ‘교육도시 순천’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달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 120명에게 장학금 6300만 원을 지급한 순천시는 2020년까지 100억 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순천시는 과감한 투자와 교육여건 개선으로 글로벌 평생학습도시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시는 420억 원을 들여 석현동 옛 군부대 터 3만2000m²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건축면적 1만4000m² 규모의 시민복합교육문화센터를 2010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순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될 센터에는 영어타운과 어린이도서관, 여성문화회관, 보건건강관리실,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전국에서 제일가는 평생학습도시를 만들기 위해 2004년부터 시세 수입의 5%(30억 원)를 교육환경개선사업에 투입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전국 살기 좋은 10대 도시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순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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