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0년 흉물’ 남태령 채석장 인공폭포-공연장 탈바꿈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 구실을 하는 남태령. 1946년부터 1978년까지 30년 넘게 활용된 채석장 터는 앞으로 채석장의 특색을 살린 공원으로 조성된다. 사진 제공 관악구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 구실을 하는 남태령. 1946년부터 1978년까지 30년 넘게 활용된 채석장 터는 앞으로 채석장의 특색을 살린 공원으로 조성된다. 사진 제공 관악구
석벽 노출돼 경관 해치고 자연재해 위험

남부도로교통사업소도 2011년께 이전

서울시 2010년 완공 방침

남태령(南泰嶺)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과 경기 과천시 관문동을 잇는 고개다. 옛날부터 남태령은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 구실을 해 왔다.

과천에서 서울 방향으로 남태령길을 달리다 왼쪽을 보면 통째로 깎여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산이 보인다.

관악산의 끝자락으로 1946년부터 1978년까지 30년 넘게 채석장으로 활용됐다. 산 밑 평지는 아직까지 건축자재나 폐기물 등을 쌓아놓는 집하장으로 쓰이고 있다.

채석장의 석벽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재해 위험이 있고,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채석장이 폐쇄된 후 지금까지 30년간 흉물로 방치되어 있던 이 남태령 채석장 터가 말끔하게 정비된다.

3일 서울시와 관악구 등에 따르면 이 터에는 지역 특색을 살린 공원이 만들어진다. 또 현재 영등포구 대림3동에 있는 남부도로교통사업소가 이곳으로 옮겨온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던 이 길은 몇 년 후에는 깔끔한 모습의 ‘서울의 남쪽 관문’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채석장 터에 공원, 공공청사 건설

1978년 폐쇄된 채석장 터는 현재까지 낙석위험지구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채석장 터인 남현동 산67-9 일대 1만3500m²의 땅에 채석장의 특색을 살린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사유지로 되어 있는 이 땅의 보상비로 내년도 예산에 30억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예산을 더 늘려 용지 구입을 마친 뒤 2010년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관악구는 이곳에 인공폭포와 인공암벽, 동굴 공연장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건의할 예정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산을 깎아 절벽이 된 곳이 마치 폭포처럼 보인다. 구는 이 같은 개념을 살린 ‘폭포공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인근 관악산으로 가는 등산로도 연결할 계획이다.

공원 예정지 남쪽에 있는 땅 1만3290m²에는 남부도로교통사업소가 들어온다.

시는 실시 설계 용역비로 내년에 2억18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2011년 말경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 서울시-관악구-영등포구, 모두 윈윈

30년 동안 방치됐던 채석장 터 개발은 서울시와 관악구, 영등포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관악구는 구내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로 일반계 고등학교 설립이 필요해지자 공원 용지였던 봉천동 1712-6 일대 1만3500m²를 학교 용지로 변경하는 대신 채석장 터를 대체공원 용지로 지정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안전 문제 해결과 미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영등포구 주민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대림역과 가까운 남부도로교통사업소를 외곽으로 이전해 줄 것을 구청에 요구해 왔다.

이에 구는 2006년 10월 서울시에 사업소 이전 요청 의사를 전달했고, 채석장 터 개발 계획이 서면서 사업소 이전도 확정됐다.

시는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채석장 터를 공공청사와 공원 용지로 변경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예산이 모자라지만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서라도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을 명실상부한 서울의 관문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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