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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6일 0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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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봉산동 속칭 로데오골목 부근의 노점상 거리.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을 찾은 회사원 김은아(27·여) 씨가 주인에게 돈을 지불한 뒤 즉석에서 구입한 귀고리를 귀에 걸고 자리를 떴다.
현재 이곳에는 노점상 14명이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중구가 올해 8월 대구지역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일대 노점상을 모두 철거한 뒤 새로운 노점상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이곳을 대체용지로 지정하고 ‘노점상 실명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중구는 당시 무허가 노점상 150곳을 철거하고 이 가운데 생계형 노점상으로 확인된 20여 명이 이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조명등과 파라솔, 상품 진열대 등을 설치해 줬다.
하지만 기존 동성로 노점상 50여 명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동성로에서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4개월째 집회와 시위를 벌이는 등 중구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노점상은 “노점 철거 이후 3개월 이상 장사를 못해 생계 유지가 어렵다”며 “하루빨리 동성로나 대체용지에서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로노점대책위원회 여환성(62) 위원장은 “동성로 영업이 어렵다면 이곳을 대체할 수 있는 옛 자유극장 부근 샛길 등 5곳에서 노점 영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26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우리 입장을 중구에 다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구의 태도는 단호하다.
중구는 반발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생계형 노점 신청을 한 뒤 합법적인 노점 거리에서 장사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이 원칙은 바꿀 수 없다는 견해다.
중구는 대체용지에 조성된 새 노점거리의 영업 활성화를 위해 1000만 원가량을 들여 전기공급시설, 방범 및 조명등, 안내홍보판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 거리는 유동인구가 적어 이곳으로 옮아온 노점상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인 이임정(39) 씨는 “동성로에서는 장사가 잘돼 별 문제가 없었는데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이곳으로 옮기고 난 뒤부터 수입이 줄어 생계유지도 어려울 정도”라며 “보행자 왕래가 많은 곳으로 노점상 거리를 옮겨 줄 것을 중구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곳 노점 거리에는 하루 평균 50∼100명의 주민이 다니고 있다.
중구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대체용지를 물색 중이다.
중구 이완하 도시행정담당은 “동성로 노점 철거에 반발하고 있는 기존 노점상들에게 면담 등을 통해 생계형 노점 영업 허가 신청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상인들과 계속 대화를 해 타협점을 찾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구는 동성로를 시민들의 보행자 위주 공간으로 정착시키고 관광 테마거리로 꾸미기 위해 공공디자인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