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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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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지방대 반발에 못늘리고”
서남표(사진) KAIST 총장이 6일 “한국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2회 관훈포럼에서 “교과부의 현재 시스템은 하나를 바꾸려면 다른 모든 것을 손대야 하도록 디자인돼 있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한국 대학이 발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교과부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수도꼭지 이론’을 소개했다.
과거 수도꼭지는 찬물과 따뜻한 물이 구분돼 있어 물 온도와 양을 맞추려면 수도꼭지 2개를 모두 조절해야 했다는 것.
서 총장은 “현재 교과부 시스템은 과거 수도꼭지처럼 디자인돼 있다”며 “교과부가 KAIST를 지원하려고 하면 다른 모든 대학을 한꺼번에 지원하거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AIST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학부 정원을 7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교수를 450명에서 700명으로 증원하려 했는데 교과부가 허가를 안 해준다”며 “그 이유가 ‘다른 대학들도 똑같이 요구하는데 어떻게 KAIST만 특혜를 주느냐’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서 총장은 또 “서울의 사립대 총장들은 학교 수지를 맞추려 수업료를 올리려 하지만 학생들의 반대에 부닥쳐 실패하고, 어쩔 수 없이 정부에 정원을 늘려달라고 하면 정부는 지방대의 반발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것도 ‘수도꼭지 이론’의 단면”이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교육 분야의 발전방향과 과학기술 분야의 목표가 서로 다른데 합쳐 놓는다고 해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입시와 관련된 문제도 꼬집었다. 점수 1점 차 때문에 대학에 합격하거나 불합격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 1점을 위해 비교육적인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KAIST는 면접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학생은 점수 1점을 더 받는 학생이 아니라 창의성, 사회성, 자기 독립성 등을 갖춘 학생들”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KAIST처럼 변하지 않으면 KAIST보다 못한 학교로 전락하기 때문에 유명 대학들도 변화를 따라오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쓸데없는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