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계, 고수익 기대 생계형 회원도 많아”

  • 입력 2008년 11월 5일 22시 13분


서울 강남지역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계주의 잠적으로 최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귀족' 계모임 '다복회'에는 부유층 뿐 아니라 고수익을 기대한 일반인들도 상당수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교포 A(여) 씨는 유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해주며 모은 돈 2억 원을 이 모임 회원인 친언니의 추천으로 계주 윤 모(51·여) 씨에 맡겼다. 그러나 윤 씨가 잠적하자 A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윤 씨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A 씨는 지인을 통해 "피해자 중에는 남편 몰래 거액을 맡겼다가 윤 씨가 사라진 뒤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알려진 것처럼 회원 모두가 거금을 잃어도 초연한 '귀족'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씨에게 돈을 맡긴 회원이 수백 명인데다 A 씨 같은 '생계형' 회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두고 굳이 '한물간' 비제도권 금융 수단인 계모임에 뛰어든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수익률을 꼽았다. 이 모임의 주요 회원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낙찰계는 급전이 필요해 가장 많은 이자를 내겠다고 써 넣은 사람부터 곗돈을 타고 후순위의 회원들은 자연스레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식.

경찰 관계자는 "낙찰계의 당장 눈에 보이는 높은 수익이 회원들을 사로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낙찰계는 선순위로 돈을 타간 회원이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할 가능성이 커 위험도도 높다. 이런 불안감을 낮춰주는 것이 '계주의 신뢰도'와 '계원들의 경제력'. 다복회는 이번 사고가 나기 전까지 이러한 요건을 비교적 잘 충족시켜왔다.

강남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윤 씨는 계를 운영하기 이전부터 고위층 인맥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경찰에서 "윤 씨는 계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일종의 '사금고'였기 때문에 돈만 생기면 무조건 윤 씨에게 맡기는 회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 가입하면 강남에서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모임에 낀다는 '프리미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은 "회원 가입이 주로 추천을 통해 이뤄졌다"며 "일부 회원들끼리 정보교류와 친목 모임도 꾸준히 이뤄졌다"고 전했다. 회원에게 증표로 나눠준 기념품, 모임에 참가한 유명인들이 회원들의 '충성도'를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 회원은 "매달 수천만 원씩 들여 강남의 식당에서 여는 계모임에는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며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제도권 금융상품들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강남 사람들'을 계로 끌어들인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