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우리도 개인생활 있다”…도둑들이 ‘주5일 근무’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평일에는 남의 집을 털고 주말에는 개인생활을 즐기는 등 ‘주5일제’ 절도 행각을 벌여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수도권 일대 주택가 빈집만을 골라 500여 차례에 걸쳐 10억 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을 훔친 혐의(상습절도 등)로 24일 방모(27)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방 씨 등은 17일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A(31·여) 씨 집에 방범창살을 절단한 뒤 들어가 현금, 반지 등 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조사 결과 방 씨 등은 아파트 대신 서민들이 많이 사는 소형 주택가에서 주로 여자들이 사는 집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10대 시절 함께 범죄에 빠져든 뒤 지난해 2월 특수절도 혐의로 나란히 구속됐다. 이어 같은 해 4월 집행유예로 풀려나자마자 다시 남의 집을 털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의 한 원룸에서 합숙하며 △회사원처럼 보이기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는 집에서 쉬고 △거주지 내에서는 절대 범행하지 않는 등 10가지 수칙을 정한 뒤 범행에 나섰다.

이렇게 훔친 돈으로 올해 초 6000만 원 상당의 외제 컨버터블카(오픈카)를 구입하기도 했다.

방 씨 등은 경찰에서 “범행수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다른 곳도 아닌 성남에서 잡힐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왜 주말에는 훔치지 않았느냐’고 묻자 ‘우리도 개인생활이 있지 않느냐’며 태연스럽게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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