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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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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주체로만 묘사한 기존 신세대론 극복
IP세대는 FTA도 기회로 보는 자신감 넘쳐
창업 붐 일으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필요
“X세대, N세대 등 기존 신세대론은 젊은 세대를 오직 소비의 주체로만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동아일보의 IP세대론은 2030세대를 ‘생산의 주체’로 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971년생(37세) 이하 젊은 기업가 모임인 ‘실크로드CEO포럼’의 변희재(34·사진) 회장은 동아일보가 2030세대를 ‘독립적 생산자(Independent Producer·IP)’로 이름 붙여 최근 연재한 IP세대 기획시리즈와 관련해 이렇게 평가했다.
변 회장은 1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기존 신세대론은 캐나다와 미국의 X세대나 일본의 신인류론을 표절한 서구지향적 담론이었다”며 “IP세대론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를 관찰하면 이런 선진국 콤플렉스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2030세대가 세계 곳곳에 나가 이른바 ‘한류(韓流)’로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와 정보기술(IT)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73년생이 성인이 된 1992년에는 인터넷의 전신인 PC통신망의 대중화, 대중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가수 서태지의 등장, 김영삼 후보의 대통령 당선 등 3대 사건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IP세대는 386세대와 성장 환경도, 가치관도 다릅니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세대 간 시각 차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 40대인 좌파 386세대는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면서 한미 FTA 같은 경제와 문화의 개방 흐름을 저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2030 IP세대는 (한미 FTA를)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보고 다양한 지역과의 FTA를 통해 세계의 젊은 네트워크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득세한 좌파 미디어 세력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소장 미디어평론가이기도 한 변 회장은 좌파 진영의 세대론 중 하나인 ‘88만 원 세대론’에 대해 “인터넷, 글로벌, 대중문화의 뛰어난 잠재력으로 무장한 IP세대가 안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대안으로 ‘정규직 취업’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88만 원 세대론’의 상당부분은 결국 386세대의 위대함만을 역설하고 있다”며 “좌파 386세대가 유포시킨 ‘88만 원 세대론’을 IP세대 스스로 폐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IP세대가 386세대 등에 비해 ‘사회적 리더’로 성장하는 속도가 더딘 이유는 무엇이고, 이런 현실은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인터넷과 대중문화 시장을 예로 든다면 대형 포털사이트나 문어발식 연예기획사 같은 독과점 기업이 권력화해 IP세대의 시장 진출을 막고 있는 측면이 많습니다. IP세대가 중심이 된 창업 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시장의 선진화 정책이 펼쳐져야 합니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포털의 독과점 해소, 강력한 저작권 보호, 계약의 투명화 등을 역설했다.
변 회장은 “IP세대론을 중심으로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학연과 지연의 패거리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화, 다른 문화에 대한 맹목적 배척 등의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IP세대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는 대규모 콘퍼런스를 열기 위해 요즘 준비하고 있다.
“IP세대론은 동아일보의 연재를 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경제계 문화계 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가 한국의 IP세대를 키우는 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