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라틴댄스…왈츠…차차차…‘은빛 열정’ 담은 춤사위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멋진 의상과 신나는 율동으로 젊음을 과시하는 노인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스포츠토토가 공동 주최한 토토 시니어 페스티벌-어르신 댄스스포츠 대회가 25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패션센터 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엔 60∼80세 노인들로 구성된 17개 팀 340명이 참가했다. 원대연 기자
멋진 의상과 신나는 율동으로 젊음을 과시하는 노인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스포츠토토가 공동 주최한 토토 시니어 페스티벌-어르신 댄스스포츠 대회가 25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패션센터 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엔 60∼80세 노인들로 구성된 17개 팀 340명이 참가했다. 원대연 기자
시니어 댄스스포츠 페스티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실수를 한 게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로 너무 기뻐요. 우리가 언제 이렇게 화장을 하고 무대 한가운데 서 보겠나요.”(정정자·67·여)

이날만큼은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한 사람의 댄서’였다. 얼굴에서는 진지함이 흘렀고 무대를 빛내고자 오랜만에 화장을 한 얼굴은 세월을 잊은 듯 고왔다. 긴장을 해서, 장소가 낯설어서 중간 중간 실수들도 나왔지만 그들의 춤사위에 실린 은빛 열정만큼은 20대 저리 가라 할 만큼 순수하고 또 뜨거웠다.

○ 댄스에 실린 은빛 열정 무대

25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스포츠토토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토토 시니어 페스티벌-어르신 댄스스포츠 대회 본선경기’가 열린 동대문 서울패션센터 아트홀.

지역예선을 거친 막강한 17개 팀 340여 명이 경기에 나선 만큼 대회 시작 전부터 열기가 대단했다. 각 팀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일찍부터 의상을 갈아입고 대회 행사장 밖 로비에서 몇 번이고 연습을 반복했다.

“자, 이제 착석해 주십시오. 대회를 시작합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연습에 몰입한 그들은 방송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원 투 스리’를 외치며 한 번 더 스텝을 밟았다.

드디어 시작된 무대.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의 신나는 라틴댄스가 첫 문을 열었고 왈츠, 차차차, 자이브가 뒤를 이으며 무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참가 노인들은 무대가 끝난 뒤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뛰어난 무대 매너까지 선보였다.

무대 밖 응원 경쟁도 불꽃 튀었다.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은 파란 응원 막대를 준비해 박자를 맞추는 한편 ‘댄스스포츠의 절대 존재’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응원을 펼쳤다. 관악구 노인종합복지관팀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한민자(66) 씨는 “아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응원을 왔는데 대회를 보고 있으니 흥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원대연 기자

○ 암을 이겨낸 부부도 댄스 선보여

무대를 빛낸 참가자들은 사연도 가지각색. 특히 전북노인복지관 ‘춤사랑동우회’의 서재원(73), 이양자(66) 부부는 암을 이겨내고 함께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모았다.

서 씨는 1998년 대장암 수술을, 아내인 이 씨는 같은 해 난소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부부가 댄스스포츠를 접하게 된 것은 2002년 노인대학에 다니면서. 두 사람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해 각종 상을 휩쓸며 ‘댄스 없이는 못 사는’ 부부가 됐다.

이 부부는 한목소리로 댄스스포츠 예찬론을 펼쳤다.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이제 체력이 좋아져 감기가 얼씬 못한다. 함께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맞추고 춤을 추다 보니 부부 사이도 훨씬 부드러워졌다”며 “며느리들도 우리처럼 나이 들어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싶다며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전북의 ‘춤사랑동우회’가 대상, 대구 ‘댄서의 순정’ 팀이 최우수상, 서울 강북구 ‘금빛향기 댄스스포츠 동아리’와 원주 ‘돌아온 청춘’ 팀이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베스트 드레서로는 제천의 ‘로맨스’팀이 선정됐다.

가재환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댄스스포츠를 통해 활력을 되찾은 노인들이 많다”며 “이런 대회가 노인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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