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받는 법원노조 관계자들…노조 “과잉수사 말라”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광고주 협박 법원직원 체포

수사 방해 법률조언까지… 영장 검토

서울중앙지검 인터넷 신뢰저해사범전담 수사팀(팀장 구본진 첨단범죄수사부장)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 3사의 광고주 협박 행위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법원 직원 김모 씨를 25일 오후 체포했다.

검찰은 이날 김 씨가 근무하는 지방의 모 지원에 수사관들을 보내 체포한 뒤 서울로 데려와 조사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김 씨가 일하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해 온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에서 회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불응하라’는 등 검찰의 수사를 회피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조언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메이저 신문 3사에 광고한 광고주 기업 리스트를 이 카페에 링크한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을, 김 씨가 쓴 “이명박의 똥개 노릇을 하는 검사들…” “조 중 동 문 국…왜곡친미언론” 등의 글에 대해선 모욕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 씨를 제외한 이 사건의 다른 피의자들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조사를 받았으나 김 씨는 마지막까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김 씨의 혐의가 다른 관련자들에 비해 비교적 무거운 편이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김 씨를 상대로 광고주 협박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경위와 지속적으로 관련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이유 등을 집중 조사했다.

법원 공무원이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행위에 동조하거나 그 수사를 방해하는 글들을 올린 것에 대해선 법원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씨는 법원공무원노조 간부를 지낸 적이 있다.

검찰 안팎에선 법원공무원노조의 일부 조합원이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동참하는 등 그동안 잠복돼 있던 문제점이 이번에 노출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법원공무원노조는 검찰 수사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홈페이지에 “검찰은 사법부 직원에 대한 과잉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올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영장정보 83건 불법 조회▼

노조직원, 지부장 ID로 재판전산망 접속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의 e메일 압수수색영장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법원 공무원노조 부산지부 직원 임모(30) 씨는 모두 83회에 걸쳐 각종 영장 정보를 불법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임 씨는 6월 30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 저지에 나섰다가 긴급 체포된 운수노조 부산지부 사무국장 장모(35) 씨에 대한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영장 기각 결정을 미리 빼내 알려줬다.

임 씨가 이날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한 달 동안 법원의 재판사무 시스템에 접속해 빼낸 것은 압수수색영장 78회, 체포영장 2회, 구속영장 3회 등 모두 83회이다.

그는 법원 공무원노조 부산지부장 오모 씨의 ID와 비밀번호로 총 7차례 재판사무 시스템에 접속했으며, 접속할 때마다 수십∼수백 차례 클릭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 지부장인 오 씨는 부산지법의 형사재판 업무를 맡고 있어, 오 씨의 ID 등으로 재판사무 시스템에 접속하면 전국 지법·지원의 영장 발부 유무, 피내사자 이름, 범죄 혐의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법원에 보관 중인 재판사무 시스템의 접속 기록을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확보해 이 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 피내사자 이름, 영장 종류, 발부 유무 등만 나오는 시스템 특성상 임 씨가 특정 날짜의 경우 모든 피내사자를 조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약 한 달 전부터 구체적인 국보법 위반 혐의 내용 없이 피내사자의 이름과 영장 혐의만 검찰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씨가 국보법 위반 사범 등의 압수수색영장 정보를 누구에게 유출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초기에는 “호기심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조회했다”고 진술했던 임 씨는 “노조 지부장인 오 씨를 대신해 법원 내부망에 글을 게시하기 위해 ID 등을 빌렸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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