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선변호인 청구 무시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대법 “1,2심 재판부 변호 기회 박탈” 사건 돌려보내

돈 없는 서민에게 무료 변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국선변호인 청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청구를 무시하고 판결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인중개사 임모(54·여) 씨는 2006년 11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병원에서 본인이 원하는 진단서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우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임 씨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국선변호인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임 씨는 1심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청구를 무시했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이 부분을 판단하지 않은 채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임 씨의 상고심에서 “1, 2심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청구 관련 소송 절차를 위반했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청구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했고 그 무렵 뒤늦게 국선변호인 청구서에 ‘불허’ 날인을 한 뒤 판결을 내렸다”며 “임 씨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변론이 끝나고 뒤늦게 청구서가 들어온 것을 안 것 같다”며 “선고 때라도 피고인에게 실수를 말해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국선변호인은 “일부 국선변호인의 무성의한 법률 서비스도 문제지만 상당수의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정도로 생각하며 서민의 변론권을 무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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