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 시장개방 앞두고 전문화 박차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3분


수조원대 해외 M&A 주도… 知財權 방어 시장 발굴…

국내 ‘토종’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해 삼성카드가 주식을 국내외에 공모하는 기업공개(IPO) 때 법률 자문을 맡았다.

국내외 동시 IPO에 국내 로펌이 참여한 것은 처음으로, 지금까지 해외 IPO는 대부분 외국 로펌의 몫이었다.

이를 계기로 세종은 여러 건의 해외 IPO에 참여하게 됐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1∼6월) 아시아 지역 IPO시장 법률 자문 분야에서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7위에 올랐다.

세종의 김두식 대표변호사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속 변호사들의 해외 연수를 확대하고 변호사도 현재 180명에서 3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3년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대형 로펌들이 법률 자문 시장을 지키기 위한 실력 키우기와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IPO뿐만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 및 지적재산권(IP) 등과 관련한 자문 시장은 대형 로펌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해외 로펌의 제1 공략 대상이기 때문에 국내외 로펌 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 M&A 시장, 로펌 간 별들의 전쟁

M&A 관련 법률 자문은 가장 ‘돈이 되는 분야’로 꼽힌다.

조(兆) 단위의 거래가 많고 수임료와 성공보수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른다. M&A는 성사된 뒤 노동 금융 경영권 문제로까지 번지는 일이 많아 추가로 사건을 수임하기도 쉽다.

예상 매각 가격이 6조 원대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등 대형 로펌이 총출동해 대우조선 측은 물론 두산, 포스코 등 유력 인수 후보를 법률 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적을 초월한 거래를 뜻하는 ‘크로스보더 딜’에도 국내 로펌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건설장비업체 밥켓을 인수하는 데 법률 자문을 주도했다. 인수금액만 49억 달러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다.

김앤장 관계자는 “한국 로펌은 그동안 국가 간 거래에 있어 한국법 자문에만 응하는 하청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밥켓 인수를 통해 국내 로펌이 해외 거래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 블루오션 IP 시장도 후끈

미국 500대 기업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전체 자산 중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국내 기업도 무형자산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미흡한 상태.

이 때문에 무형자산을 관리하는 IP 자문 분야는 법률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율촌은 올해 초 I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 특허법인인 리앤목과 업무 제휴를 했다. 기업자문팀과 IP 전문가들을 연계해 이 분야 1, 2위인 김앤장, 광장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대해 광장 측은 “IP 분야는 변리사 수보다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쌓은 실력이 중요하다”며 “외국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 기술 분야별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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