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액수 너무 커 사기업 사장이면 구속감”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3분


검찰, 정연주 KBS 전 사장 신병처리 기류 변화

당초 불구속 방침서 선회 “영장청구 배제 못해”

정 전 사장 오늘 일단 귀가조치… 내주중 결정

정연주 KBS 전 사장의 배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은석)가 12일 정 사장을 체포한 이후 정 사장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검찰 내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당초 수사팀은 일각의 반발 여론을 고려해 정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보다는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회계분석팀이 정확히 산정한 정 전 사장의 배임액수와 ‘세금을 재산정해도 KBS에 이익’이라는 내용의 KBS 내부 문건을 분석해 수사팀에 통보한 뒤 검찰의 분위기가 유동적으로 바뀌었다.

정 전 사장이 체포된 직후 검찰 관계자는 “절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며 “조사 과정에서 개인적 목적의 범죄로 확인되는 등 수사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13일 “정 전 사장이 2000억 원 가까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데, 과연 KBS라는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의 사장이었다고 해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개인 기업의 경우 단 몇 억 원에 대한 배임행위도 구속 사안이 되는 것을 비교해 볼 때 KBS 사장이라고 해서 불구속 방침을 정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정 전 사장이 ‘개인적 목적으로 배임행위를 했느냐’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단순 배임행위냐, 사장 임기 연장 등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배임행위였느냐를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 내부에선 정 전 사장의 소환 불응, 신문 과정에서 수시로 행사하는 묵비권 등 그의 ‘버티기’ 행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핵심 질문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순조롭지 않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을 체포시한(48시간)인 14일 오후까지 계속 조사한 뒤 일단 돌려보낼 예정이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아니면 종전의 방침대로 불구속 기소할지는 다음 주 초에 결론 낼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과잉 수사’라는 공격을 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변수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영상 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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