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가평 세계캠핑대회장 ‘책 읽는 버스’ 인기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2008 세계캠핑대회에 참가 중인 한 캠퍼 가족이 책 읽는 버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세계캠핑대회는 다음 달 3일까지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다. 사진 제공 가평군
2008 세계캠핑대회에 참가 중인 한 캠퍼 가족이 책 읽는 버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세계캠핑대회는 다음 달 3일까지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다. 사진 제공 가평군
“낮에는 독서, 밤에는 축제…올여름 피서는 영양만점”

“낮에는 시원한 캠핑카에서 책 읽고, 밤에는 강변에서 놀 수 있어서 좋아요.”

29일 2008 세계캠핑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만난 이정민(8) 양의 초보 캠퍼 체험기다.

이번 대회가 이 양에게는 첫 캠핑이다. 아버지 이원걸(40·서울 노원구) 씨는 “축제와 공연은 주로 저녁 때 열리고 낮에는 더워서 활동하기가 어렵다”며 “대신 낮에는 캠핑카에서 여유 있게 책을 읽으며 지낸다”고 말했다.

전세계 2000여 캠퍼가 모인 가평 세계캠핑대회장에 독서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바로 ‘책 읽는 버스’. 45인승 대형 버스에 책꽂이와 의자를 설치해 만든 이동도서관이다. 동화책 소설 만화 등 2000여 권의 책이 있다.

‘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 운동을 함께하는 사단법인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이번 대회를 위해 제공했다.

장맛비와 무더위에 지친 캠퍼들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버스를 찾고 있다. 대회장에 마련된 상설 코너 가운데 캠퍼들의 참여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이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119구조대원 등도 쉬는 틈을 이용해 이곳을 즐겨 찾는다.

대회 개막 후 5일간 버스를 찾은 인원은 800여 명. 빌려간 책은 1000여 권이 넘는다.

책을 빌리러 왔다가 캠핑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책 읽는 버스가 캠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박현재(36·서울 용산구) 씨 가족도 책 읽는 버스의 단골손님이다. 캠핑 첫날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고 있다.

부인, 쌍둥이 아들과 이 대회에 참가한 박 씨는 “대회 초반에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도서관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잘 보냈다”며 “캠핑장에 가장 필요한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책 버스를 관리하는 연경흠 실장은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놀러 와서 왜 책을 보느냐’고 말하기도 한다”며 “놀러 가서 책을 읽는 경험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추억”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캠퍼들도 책 읽는 버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손녀 알렉시아 양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캐럴라(영국) 씨는 “영어로 된 책은 없지만 예쁘게 생긴 한국 책이 많아서 재미있다”며 “캠핑장에 도서관이 있는 곳은 처음 봤다”며 신기해했다.

책 읽는 버스는 세계캠핑대회가 끝나는 다음 달 3일까지 운영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영상 취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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