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냈다고 책 회수 - 폐기 요구까지”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 출판계, 광고주 협박 몸살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메이저 신문의 광고주에게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이른바 ‘광고주 협박’과 업무 방해 행위가 출판계로 확산되고 있다. 출판계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어서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광고를 냈다가는 전화 폭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A 출판사 관계자는 “이달 초 동아 조선과 한겨레 경향에 같은 날 전면 광고를 냈는데도 다음 아고라 등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가더니 며칠간 쉬지 않고 전화가 와서 업무 전화를 놓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출판사는 몇 년 전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책을 냈는데, 전화를 해온 이들은 “(이 대통령 관련) 책도 전량 회수해 폐기하라”는 요구도 했다.

이 출판사 측은 “새 책은 첫 2주일의 광고 마케팅이 관건인데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못하니 타격이 크다”며 “신문과 별 관련도 없는 책 광고까지 막는 게 억울하지만 (협박 전화가) 두려워 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B 출판사는 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실은 뒤 전화가 폭주하고 인터넷 홈페이지가 다운 직전까지 갔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온 뒤 끊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설명은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요구만 하는 것은 정당한 소비자의 태도가 아닐뿐더러 떳떳하게 지식 산업에 종사해 왔다고 자부했는데 무조건 몰아붙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C 출판사는 “우리처럼 영세한 출판사까지 광고를 냈다고 전화 공세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소규모 출판사는 책의 성패가 몇백 부 단위에서 결정나기 때문에 그런 전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 출판사 대표는 “다른 출판사들의 처지를 듣고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하지 않고 다른 신문에 했는데 판매 부수의 증가 등 반응이 없었다”며 “책을 팔 수 있는 통로는 막고,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광고주를 협박하는 이들은 해당 출판사의 계열사가 낸 책도 인터넷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출판사뿐 아니라 대형 서점들도 같이 조져야 합니다, 당장 해당 출판사의 책을 빼라고 서점에 불매·항의 전화합시다”라는 글과 함께 대형 서점의 전화번호가 게재됐다.

출판계 관계자는 “지금은 봄 비수기를 지나 책 판매가 상승세에 오를 시기지만 사회 분위기 때문에 판매가 봄보다 더 떨어졌다”며 “신간을 소개할 광고까지 막히면서 출판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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