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공무원들 ‘아이디어 꽃’ 활짝

  • 입력 2008년 6월 24일 06시 22분


“고유가 시대를 맞아 초소형 택시 운행을 적극 제안합니다.”

최근 대구시 과학기술팀 창의성 경진대회가 대구시청 구내식당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김춘식(47·행정6급) 씨는 “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중형택시가 승객 한 사람만 달랑 태우고 가는 불합리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배기량 1000cc 미만인 초소형 택시를 도입하면 기름값과 교통비를 절약하고 도심 교통 혼잡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발표가 끝나자 김영무 과학정책담당은 “좋은 제안이지만 법적으로 초소형 택시 허가가 가능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기존 업계의 반발 등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시 과학기술 부서 직원들이 창의성 경진대회를 열고 시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 과학기술팀 창의성 경진대회에는 이 부서 직원 17명 전원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대구시 배효식 과학기술팀장이 5월 “우리 부서가 앞장서 창의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해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자”고 제안해 마련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6, 7급 직원 7명이 한 달가량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각 분야 전문가를 찾아가는 등 나름대로 발품을 팔아 작성한 보고서 8편을 발표했다.

발표한 직원에게 팀원들이 질의를 하고 다시 이에 답변하는 토론회 형태로 진행된 대회에서 ‘초소형 택시제도’ 도입을 제안한 김 씨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정성욱(7급) 씨는 생수산업 육성을 위한 브랜드 개발을 제안해 우수상을 받았다.

정 씨는 “지역에는 수질이 좋은 지하수가 풍부한 만큼 이를 활용해 독자적인 생수 브랜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생수산업이 활성화하면 세수 확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시 청사를 초고층 빌딩으로 건립해 쇼핑센터, 연구소 등을 입주시키자’는 아이디어(김춘식)와 ‘지역에 고급 주거단지를 조성해 부유한 출향인사를 유치하자’(조정옥·39·여)는 제안도 나왔다.

이와 함께 ‘호화 비행선을 개발해 지구촌 관광객을 유치하자’(박윤규·45·7급)라는 다소 의외의 제안도 나왔다.

유일한 여성 공무원으로 참가한 조 씨는 “과제 발표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사안에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고는 생활 주변에서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부서는 올해 12월에도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대회를 열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랫동안 현장 행정을 맡아온 직원들이 고민을 통해 제시한 제안이라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우수한 제안은 실현 가능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 시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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