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주과학 책 보고 또 보고”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3분


한국천문올림피아드 중등부 대상 2명

배경지식+선행학습 필수

《한국천문올림피아드(KAO)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정보 지구과학 천문 등 7대 국내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중 가장 먼저 열린다. 다른 올림피아드처럼 입상자는 과학고 입시나 대학 입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학고 입시에서는 특별전형 대상이 되거나 일반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입시에선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할 기회가 주어진다. 천문올림피아드는 다른 올림피아드에 비해 희소성이 있다. 중학교 1, 2학년에 해당하는 중등 1부와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중등 2부, 고등부를 구분하여 각각 50여 명에게만 상을 주기 때문이다. 5월 10일 열린 천문올림피아드에서 중등부 대상을 탄 부산 내성중 2학년 김윤수(중등1부) 군과 서울 보성중 3학년 한주형(중등 2부) 군을 만났다.》

○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평소 내공으로 승부해야

다른 과학 관련 올림피아드는 대부분 7월 이후에 열리지만, 천문올림피아드는 5월에 실시된다. 천문 올림피아드 준비 기간과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는 학생도 있다. 과학고가 목표라면 내신 합격선이 상위 1∼2%라서 내신 준비에도 전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학생은 어땠을까?

김윤수 군은 지난해 천문올림피아드에 도전해 은상을 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험 준비가 쉬웠다. 올해는 중간고사가 끝난 4월 중순 이후 약 한 달 정도만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올해부터 주관식 1번 문제(태양이 뜨고 지는 시각과 항성시에 관한 문제)처럼 학원이나 참고서를 통해 접하지 못한 문제가 몇 개 나왔기 때문에 3월부터 준비해선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한주형 군은 2월부터 일찌감치 천문올림피아드 공부를 시작했다. 올림피아드 준비를 위해 중간고사 준비 기간도 평소보다 짧게 2주 정도로 잡았다. 주요과목은 평소처럼 공부하고 암기과목은 교과서를 볼 때 ‘두 번 볼 걸 한 번에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집중력을 높인 결과 다행히 평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두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은 데는 어린시절부터 쌓아둔 배경지식이 한몫했다. 천문올림피아드에는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천문학과 관련된 배경 지식이 필수다.

한 군은 7세 때부터 과학책을 유별나게 좋아했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원소 주기율표를 즐겨 외웠다. 한 군의 부모는 여러 종류의 책을 고루 사주었으나 나중에는 주로 과학 책만 사줄 정도였다. 어릴 때는 과학 전집을 주로 봤고 점차 아버지가 틈틈이 사주는 단행본을 읽었다. 천문 관련 기사가 많은 과학 월간지 ‘과학동아’나 ‘우주로의 여행’(전 2권) ‘코스모스’ 등 단행본은 시험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됐다. 한 군은 “지금도 방 한쪽 벽이 과학책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 군 역시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관한 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사주신 과학전집의 1권이 ‘우주’라는 제목이었는데, 그때부터 우주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지금까지 읽은 천문학 관련 교양책만 대략 50권 정도 된다. 김 군 역시 ‘우주로의 여행’을 천문올림피아드에 가장 도움이 된 책으로 꼽았다.

○ 실전 대비 훈련은 이렇게

천문올림피아드를 준비하려면 지구과학 중 천문 분야, 물리, 수학 과목을 모두 공부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선행학습이 되어 있으면 유리하다. 두 사람 모두 고등학교 지구과학Ⅱ 천문 관련 내용까지 모두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다. 물리 과목의 경우 고등학교 물리Ⅰ, Ⅱ에서 골고루 나오는데, 천문학에 관련된 부분만 고등학교 교과서를 찾아봤다. 수학의 경우에는 중학교 과정까지만 알고 있어도 충분했다.

이들이 푼 문제집을 물어보니 한 군은 ‘하이탑’과 ‘실러버스(Syllabus.한국천문올림피아드 홈페이지에 있는 배경지식 모음집)’, 김 군은 ‘하이탑’ ‘한국지구천문올림피아드 예상문제 및 풀이집(KESO KAO Final Test)’ ‘올림피아드 과학의 지름길’을 꼽았다.

한 군은 국제천문올림피아드(IAO)와 한국천문올림피아드(KAO) 기출문제를 모두 풀면서 실전감각을 익혔다. 김 군도 역시 기출문제를 풀었지만 이 문제가 반드시 또 시험에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출문제를 풀다 보면 당황스러운 문제에 대처하는 법은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게 김 군의 말이다.

한 군의 목표는 내년에 영재학교로 전환되는 서울과학고에 진학하는 것이다. 지난해 화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는 등 화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고등부 화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김 군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천문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탔고, 올해 11월 아시아-태평양 천문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자격도 얻었지만 꿈은 사회과학도다.

김 군에게 천문올림피아드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천문올림피아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좋은 경험을 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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