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의경 부모들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처음 거리로 나올 때부터 집회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집회현장에서 ‘죄인 아닌 죄인’의 심정으로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전·의경은 당신의 아들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참가자들에게 평화 집회를 호소해 왔다. 또 현장 자원봉사 형식으로 흥분한 전·의경들을 다독거려 마음의 안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부상자가 속출하자 이들도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6, 7일 집회 동안 밤을 새우며 전경들을 돌봐줬다는 한 어머니는 시위대에 밟혀 실신한 한 전경의 몸을 담요로 덮으며 “경찰의 과잉 진압 얘기가 나올 때마다 죄책감으로 주변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러나 경찰이 시위대가 무서워 자기 방어조차 못하고 시위대에 차라리 두들겨 맞으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어머니는 “땅에 떨어진 공권력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편파적인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포털사이트 ‘전·의경 어머니들의 모임’이란 카페에는 “여중생이 앞에 서 있던 전·의경들에게 ‘마스크 벗어라. 니들이 먼저 광우병에 죽는다’ 등 험악한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속상했다”는 등의 안타까운 사연도 줄을 이었다.
또 “처음에는 쇠파이프가 등장했고 뒤이어 각목과 볼트 너트 같은 게 날아 왔다. 정부는 폭도들을 추적해 끝까지 체포해야 한다”는 등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편 4일에는 한 여성이 집회 현장에서 아들로 보이는 한 전경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