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아 인권포럼 ]방치되는 외국 이주 아동들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3분


제3회 아시아인권포럼이 아시아인권센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 고려대 국제학대학원 공동 주관으로 19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렸다. ‘아시아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 인권협력’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아시아 지역의 이주아동 인권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협력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이훈구 기자
제3회 아시아인권포럼이 아시아인권센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 고려대 국제학대학원 공동 주관으로 19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렸다. ‘아시아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 인권협력’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아시아 지역의 이주아동 인권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협력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이훈구 기자
“국내서만 8000여명 교육-의료 소외”

《제3회 아시아인권포럼이 ‘아시아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 인권협력’을 주제로 1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렸다. 이주아동은 부모와 함께, 혹은 혼자서 빈곤, 내란 등을 피해 다른 나라로 이주해 사는 18세 미만의 아동을 말한다. 이들은 대개 비자 문제 등으로 교육제도에서 소외되거나 인신매매, 성 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이주아동 인권의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협력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호마윤 알리자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대표, 이양희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벨기에 몽골 한국 등 각국 정부 대표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겸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는 축사에서 “우리나라에도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에서 노동자가 들어오고, 국제결혼이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다른 나라의 많은 어린이를 보게 된다”며 “이는 이주아동 인권문제에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케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아시아인권센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UNHCHR, 고려대 국제학대학원이 공동 주최했다.

○ 국내에만 8000여 명 방치

‘한국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몽골 청소년 A는 운동을 잘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곤 했지만 전국체육제전은 꿈도 못 꾼다. 비자가 없어 인문계고등학교 진학도 어렵다. 어차피 취업도 어렵다고 한다. 몽골어는 한마디도 못하는데,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교육문화팀장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으나 정부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 어린이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국 이주아동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부모들이 당한 억울한 일을 통역하며 한국이 자신들을 망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뒤늦게 비자문제가 자신의 꿈을 산산조각 냈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주아동이 교육뿐 아니라 질병 관리에서도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4월 현재 한국 거주 외국인 학령기 자녀 1만7287명 중 8000여 명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팀장은 또 “경제력이 낮거나 익숙하지 못한 나라를 무시하는 문화가 이주아동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며 “우리 문화를 그들이 익히게 하는 것에 치중된 교육에서 벗어나 그들이 자신의 문화에 자긍심을 갖도록 우리가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탈북 아동 문제도 대두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은 아이들은 잘못된 정보와 어른들의 거짓말로 성매매나 심지어 아동 포르노 영화 촬영에 이용되고 있다고 포럼 참석자들은 주장했다.

아동 성착취 근절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엑팟인터내셔널’의 크릿사나 피몬생슈리아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사무관은 “아이들은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노예처럼 일하거나 인신매매 당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성적 착취를 당한다”고 말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탈북한 어린이나, 중국에 사는 한국계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 보고도 나왔다.

케이 석 ‘휴먼라이츠워치’ 북한담당 연구원은 “이런 아이들은 통계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몇천 명에서 심지어 몇 만 명까지 추산되고 있다”며 “북한 아이들은 중국에서 체포돼 송환될 위험을 안고 있고, 부모가 강제로 송환되면 중국에 혼자 남게 된다.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인신매매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 국가 간 협력모델 필요

이주아동 인권문제에 대해 지역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알리자데 UNHCHR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대표는 “따라서 아시아 내에서 지역 인권보호체계를 만들어 각 국가의 보호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나서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닉 고어민 벨기에 내무부 난민·무국적자 위원실 사무관은 “유럽연합(EU)에는 미성년자가 불법적으로 EU 한 국가에 들어와 보호신청을 하면 아이가 필요로 하는 직업훈련을 받게 하도록 하는 등의 보호시스템이 있다”며 “이주아동들은 교육,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를 비롯해 가족 재결합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동영상 촬영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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