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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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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60명은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강의 내내 ‘이런 선생님들에게서 통일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해 일찍부터 제대로 된 인식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였다. 강의를 마치고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기자는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을 알고 씁쓸했다.
한 교사는 “나는 북한과 남북관계에 큰 관심이 없는데 학교에서 좀 쉬고 오라고 배려해서 왔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정부가 체계적인 통일교육 교재를 내놓지 않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만든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재를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통일교육에 관한 좋지 않은 추억들이 떠오르며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고교 2학년 때 사회 시험에서 ‘남북통일을 위해서 남과 북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는 주관식 문제를 받고 당황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배우거나 고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기자는 “먼저 남과 북이 서로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국력을 기르고 간첩을 잡아야 한다”는 ‘정답’을 기대했던 교사에게서 혼이 났다.
1997년에는 검찰이 ‘나는야 통일 1세대’라는 어린이용 통일교재를 쓴 한 대학교수를 구속하려 한 사건을 취재하며 분노했다. 제대로 된 통일교육 교재조차 만들지 않은 정부의 행태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통일교육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좌편향 인사들이 학생과 군인 등에게 이념으로 채색된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하고 있다.
분단국인 한국이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건 중대한 과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좌편향 통일안보교육 전면 재검토 방침을 세운 것은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국민이 북한과 남북관계의 현실과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때 대북정책에 힘이 실리고 남북관계도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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