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개교27년 ‘빛과 그림자’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코멘트
“엘리트 배출 경쟁력 높여”vs “요직 싹쓸이 그들만의 성”

1981년 문을 연 경찰대는 개교 후 한동안 경찰 조직에 우수 인력을 공급하는 ‘엘리트 양성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초급 간부인 경위를 매년 120명씩 배출하면서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이 “특정 집단의 독주체제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경찰 요직을 독점해 간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경찰=엘리트’ 이미지 심었다

경찰대가 경찰 조직에 엘리트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4월 인사행정학회에 속한 인사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경찰대가 경찰의 대(對)국민 이미지 개선에 이바지했다는 응답이 81.3%에 이르렀다.

특히 경찰대가 경찰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52%는 ‘우수한 경찰 간부 배출’, 14.6%는 ‘경찰 조직의 대외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순경 출신의 한 경위는 “4년 동안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경찰 교육을 받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경찰대 졸업생들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비경찰대 출신의 한 치안감도 “능력 있는 부하 직원 중에 경찰대 출신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화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반 대학의 경찰 관련 학과에서 5, 6명의 교수가 범죄수사학 하나만 가르칠 때 경찰대에서는 30명의 실무 전문가들이 강력범죄, 지능범죄, 사이버수사 등 세분화된 교육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직 독점, 편 가르기 폐단 크다”

개교 20년이 넘어 가며 경찰대의 폐단에 대한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가장 큰 폐단은 경찰대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편 가르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2월 현재 경찰청 본청의 과장급 이상 간부 중 경찰대 출신은 41.2%로 28.4%인 간부후보생 출신을 압도하고 있다. 본청의 총경 72명 중에는 경찰대 출신이 40명(55.6%)에 이른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은 “현재 경찰대 출신이 경찰의 허리를 장악하고 있는 데다 기획, 인사 등의 요직에 있는 비율도 높아 이대로 가면 수십 년 동안 경찰대 출신이 독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황운하 총경 징계를 놓고 빚어진 일부 경찰대 출신의 집단 반발 움직임처럼 그들의 엘리트 의식이 조직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간부후보생 출신의 경찰청 고위 간부도 “조만간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 배출되면 그 이후에는 대부분의 요직을 경찰대 출신이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경찰대의 개혁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경찰대 개혁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종원 YMCA 시민중계실장은 “경찰대를 대학원으로 전환해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남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입직 창구는 순경으로 단일화하되 경찰대는 경찰 직급별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대 개혁안에 관여해 온 경찰청의 한 시민자문위원 역시 ‘경찰대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금보다 인원을 상당 폭 줄일 필요가 있다”며 경찰대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