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내 집 마련 왜 어려울까?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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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란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게 만든 건물’을 뜻한다. ‘삶’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삶’의 의미보다 ‘재산’의 의미가 강해졌다. 집이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집을 마련하는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사는지’ 헷갈릴 정도로 집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표1>에서 알 수 있듯이 주택 공급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표1>(단위: 천 호)
-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
주택보유 수1만18921만23581만26691만29881만3223
건설호수530667585464464
자료: 통계청

주택과 관련된 통계 기준 중에 ‘주택보급률’이 있다. 주택보급률이란 총가구에서 단독가구(1명만 사는 경우), 집단가구(기숙사, 고아원 등), 외국인 가구를 제외한 가구 수, 즉 ‘일반 가구 수’에 대한 현존 주택 수를 말한다.


통계청과 건설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2년 이후 100%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105.9%에 이르렀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외형상 ‘1가구 1주택’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수요공급상 우리나라는 1가구 1주택 이상이 됐다는 뜻이다. 즉, 집을 필요로 하는 가구 수보다 공급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까?

주택보급률은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을뿐더러 주택 소유의 현실을 간과해 자칫 국민에게 주택 문제의 허상을 보여 줄 수 있다. 주택보급률을 산정할 때 총가구 수에서 독신자와 같이 혼자 사는 단독가구(1인 가구)와 친족관계가 없는 가구는 제외하고 있다. 만약 2005년 기준으로 단독가구 317만 가구와 비친족가구 22만6000가구를 모두 합친 전체 1588만7000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택보급률은 83%로 떨어지게 된다. 국내 주택보급률 100% 달성은 누구를 위한 수치인지 잘 모르겠다.

주택 소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 주택보급률이 비록 100%를 넘었지만 모두 자기 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집에 살고 있는 가구는 총 55.6%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약 44%가 아직 자기 집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은 5%의 국민이 26%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는 주택이 삶과 주거의 대상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물로 전락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 외에도 수도권 지역은 고질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반면 일부 지역은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국 주택보급률 100% 돌파’는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주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주택보급률이 105.9%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자기소유율이 55.6%에 불과한 반면, 싱가포르는 주택보급률 112.6%에 주택 자기소유율이 92.3%이다. 싱가포르는 공공 주택의 보급이 매우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주택은 크게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하는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으로 나뉘는데 싱가포르 국민의 86%가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이 35% 내외임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율이 무척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싱가포르는 전 토지의 90%가 국유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우리 정부도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면서, 공공 임대 아파트를 늘려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표3> 참조). 이러한 공공 임대 주택의 확보 외에도 1가구 2주택 이상자에 대한 과세를 통해 주택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내 집을 갖는 것이, 이후에는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양 허덕이며 살아가는 반면, 집을 갖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싱가포르인들은 집 대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도시별 삶의 질 비교에서 싱가포르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점진적으로 ‘투자의 대상’에서 ‘주거의 공간’으로 집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고,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표4>세계주요도시의삶의질
도시국가순위
취리히스위스1
시드니호주9
샌프란시스코미국29
파리프랑스33
싱가포르싱가포르34
도쿄일본35
런던영국39
뉴욕미국48
시애틀미국49
로마이탈리아61
홍콩중국70
타이베이대만83
서울한국87
상하이중국100
여수한국110
자료: MHRC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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