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불만 교수 단체행동’ 초유 사태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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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서울대 교수들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내 교수회관에서 평의원회가 열렸다. 참석 교수들이 회의에 앞서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심각한 서울대 교수들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내 교수회관에서 평의원회가 열렸다. 참석 교수들이 회의에 앞서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와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에 이어 연세대 교수평의회가 정부의 획일적인 입시정책과 대학 자율성 침해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교수단체까지 가세하는 등 대학들의 반발이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서울대 평의원회도 대응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4일 고려대 교수의회도 성명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대학 교수들이 1980년대 정치적 사안 때문에 시국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 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에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대학 잇달아 성명 채택=내신 파문이 시작된 이후 대학 중에서 연세대 교수평의회가 3일 가장 먼저 성명서를 채택했다.

연세대는 내신 1∼4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는 방침을 발표했던 대학 중의 하나여서 대학 측이 조심스럽게 사태를 관망해 왔지만 평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아 성명을 발표했다.

이상조 교수평의회 회장은 “갈등 양상이 비교육적으로 흐르자 교수들의 의견을 표명하자는 요구가 많다”면서 “2일 의장단 연석회의를 열어 뜻을 모았는데 성명에 대해 교수들의 지지가 높았다”고 밝혔다.

연세대 홍복기 법대 학장은 “5일 교무위원회에서 평의회의 의견에 대해 논의될 것”이라며 “대학의 학생선발권은 당연한 권리인데 정부 간섭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평의원회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입시 문제에 대한 입학관리본부의 의견을 들은 뒤 성명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박성현(통계학) 평의원회 의장은 “교육부가 2008학년도 입시안을 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문제를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회균등할당제는 즉흥적인 제도이고 지방대가 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는 0.01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데 내신비율을 50%까지 확대하면 다 내신으로만 뽑으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대 장호완 교수협의회장은 “6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최근 사안에 대해 대응할지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다른 국공립대와 사립대 교수단체에서 만족할 만한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에 서울대까지 성명서를 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는 4일 오후 1시 전체 회의를 열어 입시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민환(언론학부) 교수의회 의장은 “정부의 행정·재정적 제재는 교수들의 권익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전체 교수의 뜻을 물어 의견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수의회는 교육부의 방침이 부당한 간섭이라는 의견이 모아지면 학교 측에 수용 거부를 요구하거나 성명서를 낼 수 있다.

한양대 중앙대 등 주요 사립대들도 교수협의회 소집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성균관대 김성주 교수평의회 회장은 “교육부가 지나치게 대학 입시 문제에 관여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연세대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생림 한양대 교수협의회 회장도 “20일경 대학평의회 구성 후 이 문제를 교수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초반에 교육부와 주요 사립대의 대립 구도였던 내신 갈등이 정부와 전체 대학사회의 갈등으로 성격이 바뀌는 양상이다.

총장과 입학처장, 교수단체에 이어 개별 대학의 교수들까지 집단적으로 입시안 반대에 가세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기회균등할당전형에 대한 지방대의 반발이 심하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무리한 입시안을 요구하며 초반부터 과잉진압을 시도한 탓에 모든 대학 구성원의 거센 반발을 자초한 셈”이라며 “정부가 빨리 타협안을 내놓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교수단체 반발=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입시 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 대부분 대학의 교수협의회 등이 가입한 단체로 이들이 나선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가) 대학에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내신반영비율 50%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강압적인 졸속 입시 방안을 철회하고 이미 발표된 각 대학의 입학전형 방안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초청 대학 총장 토론회에서 정부가 공개한 기회균등할당전형에 대해서도 “교육 현장의 문제를 도외시한 급조된 인기 영합적 정책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건국대는 3일 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50%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문흥안 입학처장은 “12일 시작되는 1학기 수시전형에서 내신반영률을 교육부 방침대로 50%로 책정하고, 내신은 1등급 50점 만점으로 하고 1∼3등급은 등급 간에 1점씩, 그 이하 등급에서는 5점 이상 차이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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