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법정]<8>‘성전환’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최근 유명 연예인인 모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밝혀 사회적 찬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성전환자에게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있는가 하면, 성전환자의 양자가 되는 아동은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전환자에게 입양권을 인정하려면 우선 그 전제로서 ‘성전환’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성전환’은 법적으로 인정되어야 할까요?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우선 ‘성전환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성전환자란 자신의 육체적인 성(sex)과 행동·태도에 의한 정신적인 성(gender)이 일치하는 않는 ‘성전환증’이라는 일종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수술 등을 통하여 자신의 신체를 반대의 성으로 전환해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때 명심할 것은 성전환자는 성도착증환자나 동성연애자 등과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전환자는 육체적으로 반대의 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성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낄 뿐, 다른 정신적인 면에서는 완전히 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성전환자는 수술을 해도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전환될 뿐이지, 성염색체는 그대로 종전의 성으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는 완전히 반대의 성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하기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전환’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성염색체는 그대로 종전의 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전환된 성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2] 대법원 판결(2006년 6월 22일)

1995년 10월 5일 광주지방법원은 성전환자가 자신의 호적을 전환된 성으로 고쳐 달라고 신청한 호적 정정 신청사건에서, 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성염색체의 구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하며 호적 정정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또 1996년 6일 11일 대법원은 성전환자가 강간을 당한 사건에서, 역시 성전환자의 성염색체 구성 등을 이유로 성전환자를 여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판례의 흐름에 따라 2004년 7월 8일 청주지방법원 역시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상고 사건에서 대법원(2006년 6월 22일)은 다른 판결을 내립니다.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 등 생물학적 요소에 따라 결정했지만 근래에는 정신적·사회적 요소 역시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성전환자가 바뀐 성에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 아래서 개인적 영역 및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이 법률적으로도 그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하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허가했습니다. 즉, 대법원은 드디어 ‘성전환’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3] 생각 키우기

성전환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할 때는 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즉 성염색체의 구성인가 아니면 정신적 요소인가 하는 점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더 중요한 문제는 성전환자가 일종의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육체적 성(sex)과 정신적 성(gender)이 일치되지 않는 정신장애에 있어서 그 정신을 치유할 수 없다면 대신 육체를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치유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치유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성전환자는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성전환자도 당연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성전환자를 전환된 성으로 법적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질서 유지나 공공복리에 크게 해로운 점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성전환’을 법적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다수의 건강한 사람들이 소수의 환자들을 보호하는 대신 억압하려는 횡포가 아닐는지요?

[4] 더 생각해 봅시다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숙명여대 2003학년도 구술 문제)

[5] TIP

성전환자는 일종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라는 점을 밝히고, 소수자 보호의 차원에서 답변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임상철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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