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통계 제대로 읽기]낙태의 원인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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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낙태 찬반논쟁이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도 낙태 찬반론으로 나뉘어 양쪽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낙태에 관한 통계자료는 드물다. 1994년 한 신문사와 여론조사기관의 통계자료가 나온 이후 낙태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연간 낙태 건수를 정확하게 통계로 내는 대신 추산만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낙태 시술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즉, 비합법적인 낙태는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라서 의료보험제도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낙태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본인의 시술 여부를 밝히기를 꺼리는 데다 낙태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들도 시술 횟수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



표1. 연도별 출생아 수
연도19951996199719981999200020012002200320042005
출생아수(1000명)721.1695.8678.4643.0616.3636.8557.2494.6493.5476.1438.1
증 가(1000명)-7.4-25.3-17.4-35.4-26.720.5-79.6-62.6-1.2-17.4-38.0
증가율(%)-1.0-3.5-2.5-5.2-4.23.3-12.5-11.2-0.2-3.5-8.0
1일 평균(명)19761901185917621689174015271355135213011,200

자료: 통계청, 2005년 출생 사망 통계 결과.

표2. 출산 순위별 출생 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
연도199419951996199719981999200020012002200320042005
총 출생성비115.2113.2111.6108.2110.1109.6110.2109.0110.0108.7108.2107.7
첫째 아이106.0105.8105.3105.1105.9105.6106.2105.4106.5104.9105.2104.8
둘째 아이114.1 e=2>111.7109.8106.3108.0107.6107.4106.4107.3107.0106.2106.4
셋째 아이202.2177.2164.0133.5144.7141.8141.7140.3140.0135.2132.0127.7
넷째 아이 이상224.2203.9184.6153.7153.6154.5167.5152.4152.5149.2139.1132.6

자료: 통계청, 2005년 출생 사망 통계 결과.

199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낙태 시술이 연간 150만 건 정도 시행됐다. 1995년 출생아인 72만 명의 2배가 넘는 태아가 낙태로 인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태아를 인간으로 볼 수 있다면, 대량 학살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분별한 낙태의 원인을 ‘성도덕의 문란’으로 꼽는다. 그러나 199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전체 낙태 건수 중 기혼 여성의 낙태비율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낙태의 가장 큰 원인은 문란한 성생활이 아닌 셈이다. 낙태 이유도 ‘피임 실패’가 58.3%로 가장 높았고, ‘산모 건강을 위해서’ 14.8%, ‘경제적 어려움’ 10.6%, ‘임신 중 약물 복용’ 8.4%, ‘딸이어서(아들이 아니라서)’ 5.0%, 기타가 2.9% 순이었다. 피임 실패는 남녀 공통의 문제이므로 이에 따르면 낙태도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낙태가 얼마나 시행되고 있을까?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없어서 전체 건수를 직접 알 수는 없지만, (표2)와 (표3)의 출생성비를 따져보면 지금도 낙태가 많이 시행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만으로는 미혼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낙태 건수를 알 수 없다.

자연 상태의 출생 성비는 103∼107이다. 즉,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 아이 103명에서 107명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이 104, 영국이 105, 일본이 106이며, 우리나라도 1980년대 초까지는 출생성비가 107을 유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출생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1984년에 108.3이 되더니 1986년부터는 110을 넘어서기 시작하여 1990년에는 117 선까지 증가하였다. 그 후 감소하여 현재는 107.7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성비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셋째, 넷째 아이의 출생 성비를 보면 전혀 자연스러운 성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5년의 경우,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성비가 각각 104.8, 106.4인 데 비해, 셋째는 132.0, 넷째는 139.1이다. 셋째 아이부터 남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셈이다. 이 자료를 통해 출산에 인위적인 힘이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즉, 성감별에 의한 낙태 수술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남아선호사상 외에도 낙태 문제는 성에 대한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가치관은 어떤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신입생 중 635명을 대상으로 한 ‘성의식 실태분석’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신입생들은 혼전 성관계에 대해서 ‘안 된다’는 답변이 49.1%인 반면 ‘할 수도 있다’는 48.9%로 찬반 비율이 비슷했다. 하지만 낙태에 대해서는 찬반 비율이 뚜렷이 차이가 났다.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는 답은 31.7%만 선택한 반면, ‘상황에 따라 허용될 수도 있다’는 응답은 66.1%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 ‘특정한 대학의 학생’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요즘 젊은이의 의식을 어느 정도 반영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서는 혼전 순결의 가치관을 심어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올바른 피임법을 알려 주는 성교육 등을 통해 낙태 건수를 줄이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 낙태 관련법

상당수의 사람이 합법적인 부부가 낙태를 원하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법에서는 ‘낙태죄’를 정하여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특별한 경우를 생각해서 예외 조항을 둔 특별법을 만들었다. 바로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낙태 시술의 허용 한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러한 단서 조항을 갖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장애인은 태어날 권리도 없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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