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외교관 '우물'에서 뛰쳐나갈까

  • 입력 2007년 7월 1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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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장래에 한국판 콘돌리자 라이스가 나올수 있을까' 외무고시 합격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록 지난해 25명 중 9명으로 36%에 머물렀지만 2005년 19명 중 10명으로 52.6%를 기록, '여초' 현상을 보인데 이어 올해도 31명 중 21명으로 68%를 차지하는 등 외시에서도 '여풍'이 거세다.

하지만 이 같은 여풍에도 불구, 직업 외교관만 놓고 봤을 때 국내에서는 장관 자리를 놓고 경쟁할 만한 위치에 오른 여성 외교관은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전체 외무공무원 숫자에서 차지하는 여성 비중도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성 외교관 현황 =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기능직을 제외한 직원 1천600여 명 중 여성 비율은 약 11% 정도에 불과, 여성 진출 비율이 다른 부처에 비해 높지 않다.

이들 중 본부 문화외교국장, 튀니지 대사 등을 지낸 김경임(외시 12회) 본부대사가 현재까지 외시 출신 중 최고위직을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차관보급 이상까지 올라간 여성 외교관이 없는 셈이다.

외시 출신 중에서는 김 대사 뒤를 이어 박은하(외시 19회) 유엔 대표부 참사관, 오영주(외시 22회) 본부 국제연합과장, 김효은(외시 26회) 본부 세계무역기구(WTO) 과장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리고 행정고시(35회) 출신으로 외교관의 길에 들어선 인사로 유명희 본부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교섭과장이 있다.

아울러 비 외시 출신의 별정직 중에 김영희 주 세르비아 대사와 강선주 외교안보연구원 경제. 통상 연구부장이, 특임 공관장 중에서는 지영선 주 보스턴 총영사 등이 각각 활약 중이다.

또한 비 외시 출신으로,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을 지낸 뒤 올 초 외교부를 떠나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 판무관으로 자리를 옮긴 강경화씨도 여성 외교관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이런 상황이라 직업 외교관 중에서 여성 외교장관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스 장관이나 1990년대의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처럼 학계 등에서 발탁된 여성 장관이 나오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하는 이도 있다.

◇ 주요 활동 분야와 임지 배려 계속될까 = 여성 외교관들이 주로 맡는 분야도 종전 '다자외교'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화하고 있다.

외시출신의 현직 과장급 이상 여성 외교관이 대부분 국제기구 관련 분야를 맡고 있는데서 보듯 한국의 여성 외교관들은 그간 '프레젠테이션'과 어학능력 등이 크게 요구되는 다자외교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년에 임용된 '주니어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입을 모았다. 아태국 및 북미국 등 양자외교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다자외교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분야로 평가되는 북핵 외교기획단에서도 여러 명이 활약하고 있다.

문제는 임지다. 본부와 외국을 오가는 외교관 업무의 특성상 여성 외교관들이 아프리카 등 이른바 '오지'에서 일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인사 담당자는 "근무여건이 열악한 공관에도 여성 외교관들이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성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극 오지'로 보내지는 않는다"며 "일정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동료 외교관과 결혼한 여성 외교관에 대해서는 남편과 같은 공관이나 인접공관으로 발령내주는 등의 배려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두 번이나 여성 외시 합격자수가 남성을 능가할 만큼 여성외교관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배려도 점점 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게 외교부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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