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남한산 초교, 80분 토론식 수업에 창의력 쑥~

  • 입력 2007년 5월 31일 20시 25분


코멘트
학생도 교사도 나무 그늘 아래에 들면 모두 ‘자연의 아이들’이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학교 뒷산 숲 속에서 나무 관찰을 하기에 앞서 담임인 김우석 교사와 수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남경현 기자
학생도 교사도 나무 그늘 아래에 들면 모두 ‘자연의 아이들’이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학교 뒷산 숲 속에서 나무 관찰을 하기에 앞서 담임인 김우석 교사와 수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남경현 기자
경기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성 내 로터리 부근의 남한산초등학교. 이 학교 아이들은 등교하면 학교 뒷산부터 오른다. 노송이 우거진 숲 속을 오르내리며 꽃을 살펴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앉아 숲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요즘은 층층나무, 쪽동백, 국수나무, 찔레나무의 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산에서 20여 분간 뛰어놀다 내려오면 녹차를 마시며 얘기꽃을 피운다. 녹차는 6학년생들이 지리산에서 직접 덖어왔다. 도심학교의 아이들이 자습으로 시작하는 아침을 남한산 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연다.

●작지만 충만한 학교

남한산초교는 전교생 129명의 미니학교다. 교장을 포함해 교직원은 10명, 교사는 단층건물이고 교실도 여느 학교(20평)보다 작은 12평이다. 학교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작고, 적다. 게다가 해발 535m의 산속에 있다보니 등하교 교통편도 불편하다. 그래도 지난해 결원이 생겨 학교 홈페이지에만 살짝 공지했는데도 전학 희망자가 몰려 결국 추첨으로 전학생을 결정했다.

정연탁(59) 교장이 부임했던 2000년, 남한산 초교의 전교생은 26명이었다. 교육청은 폐교를 고려하고 있었다. 교장으로 승진해 첫 부임한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 교장은 경기 성남시내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전학 설명회'를 열었다. 학교림만 해도 1만7000평이며 4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운동장에 그늘을 만드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교육현장인 남한산성의 역사유적지를 학부모들에게 강조했다. 새로운 교육을 원하던 학부모들의 마음이 정 교장의 설득에 움직였고, 전학생들 덕분에 2001년 전교생은 100명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의 공교육과는 다른 모습의 학습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안순억(44) 교무부장과 뜻있는 교사들도 남한산초교로 옮겨왔다.

이때부터 '작은 학교'의 교육혁명이 시작됐다.

남한산 초교 교사진은 먼저 학과 수업시간을 40분에서 80분으로 늘렸다. 강의와 학생의 체험 토론을 결합하기 위해서다. 안 부장은 "40분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 설명으로 끝나기 일쑤다. 아이들이 느끼고, 토론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의 자발성과 창의력이 길러진다"고 말했다.

●졸업 때까지 책 600권 읽어

남한산초교생들에게는 '독서통장'이 있다. 자신이 읽은 책을 기입해 졸업할 때까지 600권을 채우는 것이다. 10평 남짓의 도서실엔 항상 신간서적들이 가득 채워진다. 독서와 토론이 학습의 기본이라는 교사진의 믿음 때문이다. 학습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한 단원평가는 있지만 월말고사, 기말고사처럼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는 시험은 없다.

일주일에 1,2시간씩 주어지는 자투리 재량활동시간이나 특활시간을 모아서 계절학교를 여는 것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여름과 가을에 일주일씩 몰아서 목공, 퀼트, 인형만들기, 연극, 댄스 등을 집중 체험한다. 전교생으로 이뤄진 국악 관현악단은 2시간의 공연을 거뜬히 소화한다.

최근 고교 1학년이 된 졸업생 17명을 모니터링 해본 교사들은 기대 이상의 성적에 놀랐다. 모두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안 부장은 "초등학교 때 너무 놀아서 이젠 공부가 재미있다는 아이들 대답이 더 걸작이었다"고 말했다.

작은 학교의 성공사례는 전북 삼우초, 부산 금성초, 경북 상주남부초, 시흥 계수초, 충남 거산초교 등에 전파됐고, 2004년에는 '작은학교 교육연대'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5학년 고아라(12) 양은 "동생 아토피 때문에 이곳으로 전학 왔는데, 그네타고 술래잡기하는 뒷산이며 선생님 친구들이며 다 좋다"며 웃었다.

이 학교 졸업생이면서 두 자녀 역시 동문인 안영자(44·여) 씨는 "학부모들도 방과 후 활동이나 계절학기 수업, 도서실 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치맛바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광주=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