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박탈감-따돌림으로 학생들 상처”

  • 입력 2007년 5월 11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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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고교 김모(17·2년) 군은 친구들과의 잦은 다툼으로 4월 초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다.

김 군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평소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는 데다 가정 형편도 넉넉지 못해 입시학원에 다닐 엄두도 내지 못하던 김 군은 불만이 쌓여 갔다.

김 군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자주 다투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 삶의 질을 조사하는 연구기관 상담원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일수록 불안감, 무기력 증후 등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아 학업 등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한국 삶의 질 연구원이 인천학술진흥재단의 의뢰를 받아 1년간 인천지역 초중고교생 1113명(초등생 361명, 중학생 328명, 고교생 424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교육 환경이 열악할수록 학습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1113명 중 1108명이 응답한 교육 환경 조사에서 ‘자신의 공부방이 별도로 있느냐’ 등 교육 환경을 묻는 질문에 ‘매우 풍족하다’고 답한 학생은 76명(6.9%), ‘풍족함’ 201명(18.1%), ‘보통’ 706명(63.7%), ‘어려운 편’ 111명(10%), ‘매우 어려운 편’ 14명(1.3%) 순으로 답했다.

이 통계를 표본으로 해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수업 태도, 학습 열정, 성적 등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경제적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일수록 학습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5점에 가까울수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매우 풍족하다고 답한 학생의 만족도는 4.37점, 풍족함 3.82점, 보통 3.56점, 어려운 편 3.10점, 매우 어려운 편이 3.33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육 환경이 나은 학생일수록 그렇지 못한 학생에 비해 학습 활동의 성과가 높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매우 어려운 편’이 ‘어려운 편’보다 만족도가 다소 높은 것은 가정생활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남다른 노력(공부)을 통해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한국 삶의 질 연구원 김흥규(인하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원장은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심리적, 정신적 문제까지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상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청소년들에게 박탈 의식, 자존심 손상, 따돌림 등 상처로 남는 일이 계속될 경우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고’과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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