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기업 회장 보복 폭력' 수사

  • 입력 2007년 4월 24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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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기업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하자 경호원 등을 동원해 보복성 폭력을 휘둘렀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사건 발생이후 한달이 넘도록 수사에 진척이 없자 24일 A 회장과 아들에게 가급적 빨리 출석해 조사를 받도록 비서진을 통해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밤 모 대기업 A 회장의 아들 B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C씨 등 다른 손님 3~4명과 시비가 붙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술집종업원인 C씨 등에게 떼밀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눈 주위가 찢어져 10여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이 소식을 들은 A 회장은 경호원 등을 동원해 곧바로 문제의 술집을 찾아가 C씨 일행을 승합차에 태운 뒤 서울시내 모처로 데려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이런 내용의 진술을 확보, 사실 여부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C 씨 등은 "당시 A 회장은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있었고 앞뒤로 여러 대의 차량에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 20여명이 나눠타고 있었다. 어떤 창고로 데려간 뒤 경호원들이 무릎을 꿇리자 A 회장이 폭행했고 한 동료는 잠시 실신했다 깨어나자 또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A 회장은 이 과정에서 아들을 폭행한 D씨가 빠진 사실을 알고는 그가 일하는 서울 시내의 한 술집으로 가 "D씨를 찾아내라"고 요구해 근처에 피신해 있던 D씨를 찾아낸 뒤 얼굴 등을 폭행했다고 C씨 등은 주장했다.

D씨 일행 중 일부는 사건 직후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3월 중순께 이런 내용의 첩보를 접수하고 내사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조사는 큰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수사에 잘 협조하지 않아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쌍방 폭행인지 아니면 한 쪽이 다른 쪽을 집단폭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회장의 경호책임자 등 일부 참고인을 소환해 당시 상황을 조사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회장은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하고 들어오자 남자답게 사과를 받고 끝내라고 훈계했다"며 "아들이 친구, 경호원 등 10여명과 함께 `가해자'들이 일하는 술집으로 사과를 받으러 갔다가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집단폭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은 그 뒤 충돌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 사태를 진정시키고 폭탄주를 돌리며 화해를 주선했을 뿐 결코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회장 측은 일방적인 피해자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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