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대란’ 토종 영어시험이 해결책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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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대란 때문에 7월 시험을 접수하지 못한 한국 응시자들을 위해 미국교육평가원(ETS)이 PBT(Paper-based TOEFL) 특별시험 원서접수를 시작한 첫날인 17일 두 시간 만에 시험 등록이 모두 마감됐다.

그러나 ETS는 이날도 PBT를 접수하는 시간대에 예고 없이 iBT(Internet-based TOEFL) 등록을 받아 응시 희망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PBT 접수 순조=ETS는 이날 오후 3시부터 PBT 시험 등록을 시작했다. iBT 접수 때와 달리 ETS 자체 홈페이지가 아니라 국내 입시기관인 ㈜진학사의 비상 사이트에서 등록하도록 했다.

ETS는 응시자가 일단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진학사 사이트로 들어가도록 안내해 iBT 때와 달리 다운되는 등의 사태는 없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에 예고 없이 7월 iBT 등록을 받았다.

ETS는 이날 오후 5시경 해당 접수 사이트에 ‘모든 테스트센터의 등록이 마감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진학사 관계자는 “시간당 최대 60만 명까지 동시접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오후 5시경 선착순 8000명의 등록이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토플 대란 원인=토플을 보려는 사람은 계속 증가하는 데 비해 토플 응시 가능 인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토플 응시 인원은 2001년 5만311명에서 2005년에는 10만2340명으로 급증했다. 전 세계 토플 응시인원 54만 명 중 한국 응시자가 20%를 차지해 최고를 기록했고, 한 해 응시료만도 1432만 달러나 된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시험 체제가 iBT로 바뀌면서 응시 가능 인원이 줄어든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iBT는 전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동시에 진행돼 CBT나 PBT와는 달리 컴퓨터 네트워크와 보안 등의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외고 입시 규제도 한몫=교육당국이 외고 입시문제를 공동으로 출제하도록 하고 학교별 시험을 금지하는 등 입시에 간섭하는 것도 외고들이 공인영어시험인 토플을 요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외고 지원자들의 내신이나 토익성적이 만점에 가까워 다른 평가가 필요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고의 자체 영어경시대회를 금지시켰다.

서울의 한 외고 교감은 “학교가 알아서 시험을 보도록 하면 될 텐데 정부가 자꾸 개입하니까 토플 같은 공인성적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우선 iBT 테스트센터를 대폭 늘려야 하고 국내의 영어능력평가시험들을 골고루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일본의 실용영어검정시험(STEP), 중국의 대학영어테스트(CET)처럼 국내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지만 예산도 마련돼 있지 않아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국정원, 토종시험 ‘플렉스’ 인정

국가정보원이 직원 채용과 평가 시 토플, 토익 외에 ‘토종 영어시험’ 플렉스(FLEX)를 인정하기로 했다.

김만복 국정원장과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17일 오전 10시 30분 국가정보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외대-국가정보원 간 학술교류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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