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질? 둘째가라면 서럽지”…제주 해녀대회 눈길

  • 입력 2007년 4월 12일 07시 28분


코멘트
“호이∼, 호이∼익.”

11일 오전 11시 반.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북촌포구 앞 해상. 해녀들이 숨을 참았다가 수면위에서 내뱉는 ‘숨비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제주 해녀들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실력을 겨루는 ‘해녀물질대회’가 열렸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가 제27회 제주지방기능경기대회의 특성화 직종 이벤트로 마련한 것.

해녀들이 수영실력이나 숨 오래참기를 겨루기는 했지만 해산물 수확량으로 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먹엉 살젠허난 아픈거 촘아가멍 물질해신디(먹고 살기 위해 아픈 것을 참으며 물질을 했는데), 오늘낭 노고록헌 마음으로 잡아보쿠다(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잡아보겠습니다).”

해녀경력 40년인 이순열(60) 씨는 배 위에서 작업도구인 망사리, 테왁(망사리에 달린 뒤웅박), 호미 등을 챙기고 수심 4∼6m의 바다로 뛰어내렸다.

참가 해녀들은 북촌어촌계소속 18명으로 해산물 채취에서 최고로 꼽히는 ‘상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이들은 북촌포구에서 무인도인 다려도 사이 어장에서 기량을 겨뤘다.

해녀들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동안 잡아 올린 소라, 전복, 해삼, 문어 등의 무게와 종류별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렸다.

소라 14.25kg, 전복 1마리, 해삼 1마리, 문어 2마리를 잡은 박문희(52) 씨가 우승해 메달과 상금 30만 원을 받았다. 2위 20만 원, 3위에게는 10만 원의 상금이 각각 주어졌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 양황일 차장은 “고령화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해녀 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며 “내년에는 제주지역 전체 해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녀물질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