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 뇌물수수 혐의 징역 5년형

  • 입력 2007년 4월 1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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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돈을 주고받을 때 돈의 액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세무공무원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일 때는 얼마를 가리키는 걸까.

지방국세청 직원이었던 이모(42) 씨는 2005년 3월 A 씨가 8억4000만 원의 종합소득세를 탈루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씨는 A 씨에게 예상고지세액 4억4500만 원을 인정하는 확인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추가 세무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A 씨는 "섭섭하지 않게 해 줄 테니 얼마면 되겠느냐"며 추가 세무 조사를 하지 않도록 부탁했다. A 씨의 집요한 부탁에 이 씨는 1000만 원 정도 받을 생각으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그러나 A 씨는 1억 원을 달라는 것으로 여기고 1주일 뒤 현금 1억 원을 가방에 담아 이 씨에게 건넸다.

A 씨가 호텔 일식집에서 돈을 건넬 때 이 씨의 상급자인 장모 씨도 함께 있었다. 이 씨가 가방을 집에 들고 가 열어보자 가방 안에는 1억 원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다음날 장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장 씨는 "혹시 나 모르게 봐 준 게 있느냐"며 "세금을 100% 과세했는데 왜 그런 돈을 받느냐. 빨리 돌려주라"고 했다.

그러나 이 씨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A 씨는 보름 뒤 4억4500만 원의 예상 고지세액이 적힌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A 씨의 항의를 받고 난 뒤에야 이 씨는 1억 원을 모두 돌려줬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고,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뇌물죄는 나중에 돈을 돌려주더라도 일단 돈을 건네받은 것만으로도 인정된다. 동석했던 상급자 장 씨는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가 받은 1억 원 중 1000만 원만 뇌물 액수로 인정하고 나머지 9000만 원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가 건넨 가방에 1000만 원이 든 것으로 이 씨가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

검찰은 이에 상고했고,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일 "이 씨가 내심 1000만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해도 스스로 대가를 요구한 만큼 1000만 원을 넘는 9000만 원은 가질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씨가 돈을 돌려주려 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돌려줄 수 있었음에도 A 씨의 항의를 받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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