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영 울산지역본부장 "민주노총 부드러워진다"

  • 입력 2007년 3월 22일 17시 40분


코멘트
"지난해는 민주노총 본부의 지침을 수행하기 급급했지만, 올해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본부장 하부영)가 22일 지난해에 벌였던 각종 사업에 대해 이같이 반성하면서 투쟁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발표한 '2006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사업의 약평(略評)'을 통해 "울산본부의 지도력과 역량은 한계에 이르러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밝혔다.

울산본부는 또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대의명분과 도덕성, 연대성이 훼손돼 사회적으로 고립무원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단기 실리주의와 이기주의 탓에 연대성 약화를 가져왔으며, 노조간부의 부정부패는 노조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파간 무원칙한 대립과 갈등은 내부 조직혁신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하 본부장은 올해의 사업계획과 관련해 "지난해 울산지역본부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거칠게 문제를 제기했다면, 올해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꿔 시민들이 공감할 합리적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이석행 위원장 주재로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안건은 '현장 대장정'을 비롯한 사업계획 승인, 위원장의 주요 부처 장관 면담 결과 보고 등이었다.

과거 회의와는 달리 이날 사업계획과 보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예전 같으면 위원장(온건파인 국민파)과 계파가 다른 간부들이 장관 면담에 대해 '타협'이라며 비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27일 당선된 이 위원장은 3월2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만난데 이어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잇따라 면담했고 22일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무릎을 맞댔다.

민주노총은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데 이어 정부 및 재계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위원장의 잇단 장관 면담은 위원장의 의지 뿐 아니라 공공연맹 등 산하 연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연맹은 경경투쟁을 주장하는 '중앙파'가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연맹이 온건파인 이 위원장에게 장관과의 대화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조직 전반적으로 강경 투쟁에서 대화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장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26일부터 전국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는 파업을 위한 파업, 현장 여론과 다른 지도부의 방침, 노동계 내부의 이기주의 등 그 동안의 투쟁방식을 반성하는 데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은 현장 대장정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하는 등 노동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합리적 투쟁과 대화 기조를 확고히 정착시킬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형태 근로자, 비정규직 등과 관련된 대 정부 협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