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교수인 이명학(사범대학장) 한문교육학과 교수가 한자능력을 시험하겠다며 내준 18개 문항 가운데 단 2개 문항만 답을 제대로 적었기 때문.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는 1번 문항에선 다행히 이름이 한글로만 된 덕분에 성(姓)인 ‘김(金)’자만 적으면 됐다. ‘부모의 성함을 한자로 쓰라’는 2번 문항에선 비교적 쉬운 한자로 된 아버지 성함은 적었지만 어머니 성함은 성인 ‘고(高)자’만 적고 이름은 비워 둘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新入生)’을 한자로 쓰는 문항에선 ‘○○ 인生’이라 썼다. ‘대학교(大學校)’는 ‘大字利(대자리)’로, ‘지하도(地下道)’는 ‘土下○(토하○)’이라고 답을 적어 냈다.
한자로 써 있는 5개 단어를 한글로 읽는 문항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시험지에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인 ‘ㅜ.ㅜ’만을 적었다.
김 씨는 인문계 고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들 정도로 상위권이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500점 만점에 453점(원점수 기준)을 받았다.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은 1등급, 수리영역은 2등급이었다.
이 교수가 6, 7일 이 대학 신입생 384명을 대상으로 한자능력을 시험한 결과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한 학생이 78명으로 전체의 20%에 이르렀다.
아버지 성함을 한자로 쓰지 못한 학생은 295명으로 77%, 어머니 성함을 쓰지 못한 학생은 317명으로 83%였다.
한자를 한글로 읽는 독음(讀音) 문제에선 상황이 더 심각했다.
‘折衷(절충)’을 올바르게 읽은 학생은 384명 중 단 3명(1%)뿐이었다. ‘榮譽(영예)’는 16명(4%), ‘抱負(포부)’는 27명(7%), ‘信仰(신앙)’은 48명(12%), ‘變速(변속)’은 57명(15%)만이 제대로 읽었다.
이 교수는 “한자를 배우지 않은 한글세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자기 이름조차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20%나 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전공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중고교의 한문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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