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OECD 쓴소리에 귀 막은 교육부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한국은 사립대가 대부분인데도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간 한국의 고등교육을 분석한 내용 중 일부다. OECD는 초중고교에 비해 취약한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정부 규제와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사립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하는데 그중 하나가 3불 정책(Three Nots·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이라며 3불 정책에 대한 사립대의 불만을 전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대학 입시가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특기와 진로 모색을 가로막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원, 교수 대비 학생 수, 학문 분야, 등록금 등 각종 규제도 줄줄이 나열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OECD 보고서를 정리한 보도자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부는 “OECD의 정책 제언에 따르면 대학에 대한 규제와 국가 지배구조를 좀 더 자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간단히 언급하며 “이런 면에서 국립대 법인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유리한 해석만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우리 교육 수준이 국제적으로 우수하다고 선전할 때마다 OECD 지표를 거론한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나 국제수학과학능력평가(TIMSS) 등에서 한국 초중고교생이 최상위권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교육은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는데도 OECD의 정책조언에는 눈을 반쯤 감아 버린 것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보완책을 마련하기 전에 3불 정책을 너무 빨리 없애는 것은 우려한다’는 OECD 보고서의 단서를 들어 “OECD는 3불 정책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정부 규제 때문에 우수 학생을 뽑을 수 없다”는 대학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3불 정책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OECD마저도 한국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고등교육을 해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부는 얼마 전 대학 규제를 풀기 위해 ‘대학규제위원회’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OECD의 분석을 유리하게만 해석하려고 하는 한 우리의 고등교육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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