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백혈병-소아암 학생, 화상교육 통해 향학열 불태웠다

  • 입력 2007년 2월 26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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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돼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꿈사랑 사이버학교’ 수료식에서 전남 화순군에 사는 정아영(16) 양은 “고교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화상((화,획)像)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 양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중학교를 자퇴하고 독학을 하다 꿈사랑 사이버학교에서 화상공부를 한 뒤 고교입학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단법인 ‘더불어 하나회’가 소아암, 심장 및 신장장애 등 만성질환을 앓는 학생들의 사이버 교육을 위해 지난해 8월 설립한 이 학교의 첫 수료식에서는 정 양 등 모두 191명이 수료증과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몸이 아파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경남 진주시의 김아지(19) 양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인 대구의 여민철(10) 군은 집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를 도난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더불어 하나회가 다시 지급한 컴퓨터로 열심히 화상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수료식에서 지난 반년 동안 함께 수업을 받다 먼저 세상을 떠난 13명의 친구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꿈사랑 사이버학교는 백혈병과 소아암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거나 2차 감염으로 공부할 기회를 잃은 청소년들이 병원과 집에서 사이버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곳이다.

학생과 강사가 서로 얼굴을 보며 질의응답도 할 수 있다. ‘본부’는 창원종합운동장 106호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네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전담 강사는 10명. 교육 대상은 경남을 비롯해 부산 울산 대구 광주 경북 전남 전북 제주 등에 사는 초중고교생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연간 3억∼4억 원을 지원하고 삼성과 두산엔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교육 설비와 부대비용을 후원한다.

수료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감염 우려 등으로 중도에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에게 화상교육의 기회가 주어져 정말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꿈사랑사이버학교장인 안병익(47) 더불어 하나회 대표는 “학생들이 수업과목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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