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없이 우리가 어찌 살아”…하숙집 아주머니들 장학금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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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덕분에 먹고살았다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12년째 한국항공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고양장학회 초기 멤버 김산월, 최점옥, 허연옥, 양정숙 씨(왼쪽부터)가 21일 오후 항공대에서 “힘찬 비행기를 보니 기분 좋다”며 활짝 웃고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학생들 덕분에 먹고살았다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12년째 한국항공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고양장학회 초기 멤버 김산월, 최점옥, 허연옥, 양정숙 씨(왼쪽부터)가 21일 오후 항공대에서 “힘찬 비행기를 보니 기분 좋다”며 활짝 웃고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학생들 덕분에 먹고살았으니 감사 인사는 우리가 해야죠.”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한국항공대 앞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김산월(67·여) 씨는 주변 하숙집 주인 10명, 식당 주인 2명과 함께 12년째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면서도 오히려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매달 5만 원씩 돈을 모아 15일 650만 원을 항공대에 장학금으로 전달했고, 학교 측은 1, 2학기 두 차례에 걸쳐 장학생 13명을 선발해 지급할 예정이다.

하숙집 할머니들이 장학금을 모은 것은 1997년부터. 처음에는 식당을 하던 최점옥(59·여) 씨와 김 씨, 허연옥(63·여), 양정숙(59·여) 씨 등 4명이 ‘고양장학회’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매달 3만 원씩 거둬 이듬해에 150만 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매년 조금씩 걷는 돈을 늘려갔고 지금까지 이들이 낸 장학금은 총 3700만 원.

학교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2002년 항공우주박물관이 생길 때는 장학금과 별도로 40개월 동안 5만 원씩을 거둬 2700만 원을 건립기금으로 냈다.

김 씨는 “28년째 하숙을 하는데, 학생들 사정을 알게 되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서 공부 잘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학생들 덕분에 우리 가족이 먹고살았으니 어려운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감사의 뜻으로 2003년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이 할머니들의 하숙집을 소개해 주는 것으로 이들의 정성을 되갚아 주고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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