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몰랐던 ‘에버랜드’ 공소장 변경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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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삼성 에버랜드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장 변경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의 공소장이 변경됐다는 사실은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조희대)가 18일로 예정됐던 항소심 선고를 미루고 3월 8일 재판을 다시 열기로 결정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공소장은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하는 범죄혐의 내용. 재판 도중 종종 공소장을 고치는 일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무죄 판단을 좌우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여서 절차상 엄격하게 이뤄진다.

재판부는 17일 “지난해 12월 7일 결심공판 때 법정에서 구두로 변호인 측에 공소장 변경에 대해 의견을 물었고, 검찰과 변호인 모두 (공소장 변경을) 이해한 것으로 알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6일에는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변경된 내용은 애초의 공소사실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씨와 에버랜드 이사들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데 공모했다는 혐의에 관한 설명을 공소장에 좀 더 자세하게 보충한 것.

재판부는 “단지 공소장 내용 중 간략하게 돼 있는 부분을 선명하게 보충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공소장을 변경했다는 사실에 대해 검찰은 재판부와 전혀 다른 견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7일 결심공판 이후 일관되게 “공소장 변경을 한 적이 없다.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사실도 몰랐다”고 밝히고 있다.

하루빨리 법원의 판단을 받아 내고 이 회장의 소환조사 여부를 비롯해 현재 검찰에 고소돼 있는 사건을 매듭지어야 하는 검찰로서는 공소장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것.

검찰의 신청에 의해 이뤄져야 할 공소장 변경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검찰이 모르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판사들조차 “그런 경우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민감한 사건에서 공소장 변경을 구두로 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공소장 변경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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