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아른거려서…" 여대생 사기꾼 검거

  • 입력 2007년 1월 5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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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명품이 눈 앞에 아른거려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명품 욕심 때문에 인터넷 직거래 장터에서 수 차례 사기 행각을 벌여 네티즌들의 '공개수배'를 받은 여대생 사기꾼이 결국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포털 D사이트에 개설된 벼룩시장 게시판을 이용해 물건을 싸게 파는 것처럼 속여 수십 차례 돈만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24·여)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의 사기 행각은 서울 소재 D대학 일어일문학과에 입학한 2003년부터 시작됐다.

평소 명품을 좋아하던 김 씨였지만 명품은 그림의 떡이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어머니가 운영하는 분식점으로 4명의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등 형편이 넉넉지 못했기 때문.

학기 중에는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월 50만 원 정도를 용돈으로 벌었지만 명품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인터넷 명품코너를 보며 물건을 사고픈 욕구에 휩싸인 김 씨는 그해 게시판에서 '돈을 입금했는데도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 글을 읽었다.

사기는 손쉬워 보였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첫 사기로 가로챈 돈으로 명품을 샀다. 그렇게 시작된 사기 행각은 8개월씩 두 차례 징역살이를 한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출소한 뒤 학교에 복학하고 놓친 학과공부에도 충실하려 했다. 하지만 명품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김 씨는 다시 범행에 나섰고, 방학이 되자 여기에만 몰두했다.

한달에 3번씩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수 있는 모 통신사의 '넘버플러스' 서비스를 이용해 수시로 전화번호를 바꿨고, 고시원을 옮겨다니며 피해자와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학교 생활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어 2학기 등록을 포기하면서 학교에서 제적까지 됐다.

갈수록 사기 수법은 대담해져서 기존의 피해자들로부터 보상해달라는 항의를 받으면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여 송금을 하는 '계좌 돌려막기'도 했다.

최근 6개월 동안 경찰에는 김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피해자가 전국 80여 명에 피해액수는 모두 3000여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범행에 사용된 예금계좌 거래내용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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