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길을 잃다…‘불법-과격’ 비난 빗발,가장 추운 겨울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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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눈에도 주먹, 이에도 주먹이다. 완성차 5만 대를 부숴 버리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성과급 못 받는다고 소비자를 볼모로 하다니 앞으로 현대자동차 절대 안 살 겁니다.”

4일 한 포털 사이트의 토론방에 오른 이 글은 하루 만에 3만2000여 명이 봤고, 현대차 노조와 상급단체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판하는 댓글이 250여 개 달렸다.

3일 현대차 노조원들이 울산공장 시무식장에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간 뒤 한때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노총의 새해는 쏟아지는 국민의 비판 속에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위기에 처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며 분위기를 추스르려 했지만 ‘불법·과격 시위 주도 단체’로 낙인찍히면서 국회와 정부는 물론 여론마저 등을 돌려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합원은 매년 줄고=민주노총을 보는 국민의 눈이 싸늘해지면서 노조들의 탈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림산업과 코오롱 노조가 잇따라 탈퇴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도 2002년 68만5147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매년 줄고 있다.

누리꾼 김홍식 씨는 4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현대차 노조는 난동에 이어 일도 하지 않겠다는데 민주노총에서는 당연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지원도 줄고=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주노총 건물 임차료를 지원했던 관행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2005년까지 민주노총에 20억 원을 건물 임차료 명목으로 지원했지만 국회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지원을 중단했다.

노동부는 올해에도 민주노총이 노조원 교육 등 건전하고 투명한 사업계획을 짜 오지 않는 한 국고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22일 경북도의회도 “불법 폭력 시위를 일삼아 도민에게 피해를 준 단체에 세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노총 경북지부에 관행처럼 지원하던 사무실 임차료 2억여 원을 전액 삭감했다.

▽“전교조, 전공노는 민주노총 가입 안 돼”=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특수 노조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전공노와 전교조는 현재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 탈퇴해야 한다. 이 두 단체의 조합원이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30%를 차지해 민주노총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정부와 정당 등이 전방위로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국회가 200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불법 시위에 참가한 시민단체에는 지원금을 주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4일 국회의 ‘2007년도 예산안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을 심사하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시민사회단체를 결정할 때 불법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제한하도록 기준을 정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국회가 민간단체 지원금에 대해 이 같은 부대 의견을 첨부한 것은 처음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반론보도문▼

본보 1월 5일자 ‘민주노총 길을 잃다’라는 기사에 대해, 민주노총은 조합원 수가 2002년 68만5147명에서 2006년 8월 76만684명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건물 임차료 20억 원에 대한 정부 지원금 중단은 민주노총 스스로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불법·과격 시위 주도 단체로 낙인찍혔다는 것은 부당한 비난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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